국방부가 군대 내 마트에서 판매하는 도서 중 역사 도서 5권의 판매를 중단하라고 육군과 공군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중단 조치된 도서는 이덕일의 '칼날 위의 역사', 최용범의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임기상의 '숨어있는 한국현대사', '만화로 읽는 피게티의 21세기 자본', 김진명의 '글자 전쟁'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하룻밤에 읽은 한국사'의 저자 최용범씨는 "이 책이 중학교와 대학 교양교재로 채택되고, 국방 TV에서 강의까지 한 책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씨는 이어 "이이화 선생님도 이 책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쓴 쉽고 재밌는 책이다. 역사에 취미가 없는 자기 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평했다"고 말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들 중 몇 권을 읽었다.이들 책이 사실적 기록인데도, 특정인의 선대들을 의식해 못 읽히게 한다는 건 과잉충성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면에서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데, 이제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해야 할 출판 도서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읽히려고 하면 유신 5공으로 회귀이다. 모든 것은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결정되야 함에도 도서출판을 검열하고 특정 책을 배제시키는 것은 민주공화국 정신을 해치는 악행이자, 유신 5공 체제보다 더 악화된 반지성적 행위다.국방부나 정부의 몰역사적 행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체제 미화, 반미성향, 국방정책 비난 등 기준에 위배되는 서적에 대해 심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과거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한 금서 목록을 만들었다가 비판이 일자 폐지한 적이 있다. 대신 '장병 문화활동 훈령'과 '병영도서관 훈령'에 규정된 적합성 심사기준을 토대로 국방부 복지단의 심사를 거쳐 군내 마트 판매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구체적 금서 목록을 제시하면 객관적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르는 반면, 훈령 기준에 의한 심사 절차를 통하면 금서 목록 작성보다 객관적 검증에 덜 노출되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검열은 진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