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28일 오후 4시에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회피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의원들의 만류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은 하루 뒤 최고위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안 대표가 사임 의사를 접었다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안 대표의 뜻이 생각보다 완강하다는 기류가 감지되자 국민의당 최고위원들은 29일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갖고 적극 만류에 나섰다.
안 대표는 "어제 정치적 책임론을 말했으면 바로 오늘 사퇴로 이어져야지 좌고우면하고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도자가 자기 소신만 관철하는 것이 아니다. 의원총회와 최고위에서 만류하는데 (사퇴)하느냐"고 했지만 안 대표는 "그것보다는 책임정치,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버릴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최고위는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공개로 전환했다.
여기서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의혹이 불거진 뒤 당 차원에서 5번째 공개 사과를 했고, 안 대표는 "제 입장에 대해서는 추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공개 회의가 열린지 5분 만에 회의는 다시 비공개됐고 다시 1시간 30여분 동안 이어졌지만 안 대표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안 대표는 전날 의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9시간 30분만인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대표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천 대표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천정배 대표는 자신과 상의 없이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천 대표는 사임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사퇴 의사가 있었냐"는 질문에 "공동대표 체제가 갖는 특성상, 더군다나 이런 문제를 성급하게 이야기할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공동대표라는 체제는 한 명만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없는데, 이런 결정을 내리고 공표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배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대표는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와는 사퇴 여부에 대해 상당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안철수, 천정배 대표간의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기 힘든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대표직 사임에 대해) 저에게 이야기한 것은 며칠 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 의원 총회에서 (정치적 책임에 대한) 발언을 써 왔길래 '발표하기 전에 천 대표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 했는데 어제 천 대표가 광주에 계셔서 전화가 안 되니 문자로 보낸 것"이라며 "어제 안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말하고 저녁에 두 대표가 통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