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울산의 신고리 5·6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을 조선업 실업사태 대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울산 신고리 5·6호기 건설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6년에 걸쳐 총 8조 6000억원이 소요되는 대공사로 연인원 320여만명, 연평균 8900여명의 고용을 낳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2차관은 지난 27일 언론브리핑에서 "200만명은 용접이나 기계 등 조선업 인력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구조조정 인력을 재고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선업 출신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같은 작업들은 원전 건설 후반부인 2020년 무렵에나 시작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정작 고용노동부가 조선업 실업사태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본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는 건설현장의 터를 잡는 굴착 작업이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굴삭기 등 중장비를 갖춘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고용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연인원은 말 그대로 처음 공사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의 인원을 합친 것으로, 각 시점의 고용 규모와는 별개의 얘기"라며 "공사 초기에는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주로 대형 중장비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조선소에도 단순 노동 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용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조선업 노동자들에 큰 도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애초 SOC 사업 자체가 공사 기한이 정해져있어 고용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임기응변 대책"이라며 "결국 조선업 경기가 되살아나도록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고리 인근 지역에 5·6호기까지 합쳐 10개의 핵발전소가 밀집해있어 위험한데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도 불명확하다며 원전 건설을 줄곧 반대해왔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탈핵팀장은 "지역사회 입장에서 봐도 원전 건설로 떠안아야 할 위험에 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며 "조선업 불황을 타개할 근본대책이 아닌, 사실상 원전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