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섰다. 소위 민간 금융협회장 또는 고위 간부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청사에서는 그저 한낱 방문객에 불과해 보였다.
그렇게 줄을 서며 차례차례 방문증을 평화롭게 받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7시10분쯤 갑자기 실랑이가 벌어졌다. 방문증을 끊어주는 청사 직원은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며 연신 불쾌함을 드러냈고, 맞은편에 있는 직원은 자신의 신분증이 아닌 다른 이의 신분증을 건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신분증에는 장남식이라고 적혀있었다. 청사 보안 직원은 "본인이세요?"라고 되물었고 이 직원은 "손해보헙협회 회장님이세요"라고 나즈막하게 말했다.
"본인은 어디에 계세요?"
"정문으로 들어왔는데, 출입증이 없어서…."
청사 직원은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본인이 오지 않았음에도 방문증을 끊어줘야 하는 지에 대한 확인을 받기 위함이었다. 수차례 전화를 돌리며 재차 확인했고, 그렇게 5분여가 흘렀다.
뒤에는 다른 금융협회장 및 수행직원들이 줄서 있었다.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장남식 손보협회 회장은 끝까지 민원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해당 직원은 장남식 신분증을 방문증으로 바꿔 청사로 빠져 들어갔다.
이날은 오전 7시30분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한 '브렉시트 관련 금융권역별 대응체계 점검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이를 위해 아침 이른시간부터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덕수 여신전문금융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정부서울청사에 수차례 무단 출입하며 성적을 조작한 일명 '공무원 시험 준비생 사건'이 터진 이후 출입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청사 보안시스템 개선 경비로 일반예비비 47억4200만원을 지출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5월 무단침입 방지 및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얼굴인식 출입시스템 도입, 울타리 감지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청사 보안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봐줬으면 한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