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가지고 20대 총선과 총선 이후 당내 상황을 잘 이끌어 온 김 대표가 대선에서도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김 대표는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더민주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 등 '대권 잠룡'들과 만나면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대표는 6월 중순 안 지사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1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두 사람만 만나는 자리는 아니었고, 총선 전부터 만나기로 했던 자리가 그 날 성사됐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 지사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관심을 끌었다.
김 대표는 박 시장과도 만나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시장이 김 대표를 찾아 대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오후에는 광주에서 손학규 전 고문과도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언제 올라오실 거냐"고 물었고 손 전 고문은 "이제 올라가야죠"라고 답했다.
김 대표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전 대표 측도 대선에서 김 대표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를 최선으로 뛰게 할 수 있는 역할을 김 대표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김 대표가 원하는 대권 어젠다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또다른 더민주 의원은 "이날 연설을 보면서 김 대표가 앞으로의 정국에 중요한 변수란 생각을 갖게 됐다. 김종인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연설이고,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연설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겠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종인 대표에게는 단순히 누군가의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잘 이뤄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역할이 '킹메이커'에 쏠리면서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에 도전해 대선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앞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뚜렷한 지지를 받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에 도전해 안정적으로 대권 레이스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계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 경선 과정에서의 계파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민주화 등 김 대표의 브랜드를 조화시켜 내년 대선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