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배정현 판사는 농심 특약점 전국협의회 대표인 김 모 씨가 농심과 농심 직원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25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가 서울 동작구에 있는 농심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2014년 3월 무렵부터였다.
당시 농심의 대리점격인 특약점들은 농심 측이 판매목표를 달성한 곳에만 판매장려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며 '갑질' 관행을 폭로했다.
유통마진이 적은 상황에서 판매장려금은 특약점의 실질 수익이었기 때문에 특약점들은 월말이 되면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물건들을 싸게 처분해야만 했다.
특약점 전국협의회 대표직을 맡고 있던 김 씨는 농심 본사 앞에서 '농심은 특약점의 운반비와 판매장려금을 인상하라'는 팻말을 펼쳐놓고 매일 현장에 나가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같은 해 4월 11일 오전 8시쯤. 여느 때처럼 길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김 씨에게 농심 직원 2명이 다가왔다.
직원들은 "김 씨가 점유한 장소는 사전에 금연 캠페인 집회가 신고돼 있어 1인 시위가 불가능하다"며 김 씨에게 다른 장소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김 씨가 스티로폼 위에 드러누운 채 완강히 거부하자 직원들은 급기야 스티로폼을 통째로 들어올려 김 씨를 옮기려 했다.
하지만, 김 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스티로폼이 부서지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김 씨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직원들은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병원 치료비용으로만 수십만 원을 쓴 김 씨는 농심과 농심 직원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배 판사는 "농심 직원들의 불법 행위는 적어도 고용주인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농심의 연대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농심과 농심 직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김 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므로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면서 위자료 200만원과 함께 치료비 5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특약점과 불공정 계약을 맺은 농심 측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적절한 판매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수익원인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강제 판매'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