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워낙 많이 타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기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직접 눈으로 목격한 에어컨 내부 상태는 정말 충격 그 자체. 안에 찌들어있던 먼지와 곰팡이 덩어리에 매스꺼워 헛구역질이 절로 났다.
지난 22일 스탠드형 에어컨 청소를 위해 에어컨을 하나하나 분해해봤다. 분해된 에어컨 부품 어디 하나에도 먼지와 곰팡이가 안 묻어있는 곳 없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공기가 통과하는 필터 부분과 공기를 냉각시키는 냉각핀에는 먼지와 곰팡이가 잔뜩 엉겨 붙어 거의 1cm 두께로 끼어 있었다.
에어컨청소업체 에어폴리스의 박동식 기술지원팀장은 "어떤 가정이든 가면 에어컨 내부가 대부분 이런 상태"라며 "에어컨을 4~5년 정도 사용하면 백이면 백 이렇게 지저분해져있다. 에어컨 가동 방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버젓이 집안에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숨 쉬고 생활했던 에어컨은 먼지와 곰팡이를 가득 품고 있는 쓰레기통과 같은 가전제품이었던 것이다. 집안에만 있는 가전제품이 이렇게 더러워지는 이유는 뭘까?
박동식 에어컨 청소전문가는 "에어컨 기본 원리는 집안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여 냉각기를 통해 공기를 시원하게 만들어 배출하는 방식"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기와 함께 에어컨으로 빨려 들어간 집안의 먼지들이 결국 에어컨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밖으로 내뿜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문가는 이어 "도로와 인접한 가정집의 경우 아무래도 배기가스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그대로 에어컨 안으로 들어가 배기가스의 새카만 오염물 알갱이들이 에어컨 안에 다닥다닥 붙어버린다"며 "그걸 사람들이 다 마시게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에어컨 앞에서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울 경우 담배 연기를 에어컨이 다 빨아들여 필터와 냉각핀에 니코틴과 타르 등이 덕지덕지 붙게 된다. 이후 에어컨 바람을 쐰 사람들 모두 담배를 핀 것과 같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에어컨 내부에 쌓여가던 먼지와 곰팡이 덩어리는 다시 실내로 배출되면서 집안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게 된다.
집안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각종 호흡기 질환과 질병들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실내에서 장시간 머무르게 되면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며 "먼지와 관련된 질병은 소화기 질환 빼고 '모두 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호흡기질환, 순환기질환, 심혈관 계통 질환, 알레르기 질환, 천식, 암성 질환을 야기시키고 고혈압, 당뇨, 성인병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에어컨을 모셔두고 아예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게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을까?
박동식 에어컨청소 전문가는 "에어컨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에어컨을 사용한 경우 끄기 전에 5~10분 정도 송풍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러면 냉각핀의 물기가 바짝 말라 곰팡이나 오염물질의 서식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여름 들어 에어컨을 처음 작동시키려는 사람들은 꼭 사전점검을 해봐야 한다.
에어컨 필터를 꺼내 먼지가 끼어있는지 확인하고 물로 깨끗이 닦아서 바짝 말려준다. 그리고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주는 냉각핀도 살펴보고 필요하면 청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소법은 천정형 에어컨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은 천정형 에어컨에 손이 닿기도 어렵고 잘못하면 고장 날 우려가 있다. 천정형 에어컨은 필터만이라도 깨끗이 세척해주고 더 구석진 곳까지 청소를 원할 경우 전문 업체에게 맡기는 게 좋다.
실외기의 경우 실외기 뒤편에 먼지가 많이 묻어있으면 거친 빗자루 등을 이용해 먼지를 한번 쓸어주고 물을 끼얹어 주면 된다.
박동식 에어컨청소 전문가는 "간혹 에어컨 실외기를 덮어두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잘못하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문가는 "에어컨 실외기는 쌓여있던 먼지도 비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쓸려 나갈 수 있게끔 제조사에서 만든다"며 "실외기의 가장 좋은 환경은 사방이 탁 트여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아파트를 보면 실외기를 둘 수 있는 실외기실이 따로 있는데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전 반드시 실외기실의 환기창을 열어둬야 한다. 실외기는 실내에 있는 뜨거운 공기를 실외로 빼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에어컨 가스를 2~3년에 한 번씩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어컨 가스는 보충해줄 필요가 없으며 에어컨 수명만큼 계속 사용하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에어컨 가스를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이사를 하면서 에어컨을 이동시켰을 때이다. 에어컨을 분해·설치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조금 새게 되는데 그럴 때에만 가스를 충전하면 된다.
최근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의 부품 중 하나인 초미세먼지 필터에서 유해물질인 'OIT (Octylisothiazolinone, 옥타이리소씨아콜론)'가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박동식 전문가는 "요즘 나오는 에어컨 내부를 보면 먼지를 걸러주는 기본적인 필터 외에도 향균필터라는 것이 추가로 설치되어 나온다. 이게 문제가 된 것"이라며 "사실 에어컨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 향균필터라는 게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가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어컨에도 공기청정기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제조업체에서는 이러한 소비심리를 이용해 필터를 하나 더 달아주고 미세먼지를 차단한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에어컨의 기능과 구동방식을 조금만 이해해도 에어컨은 근본적으로 먼지를 제거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문가는 "에어컨 필터는 먼지를 막는 시간만 지연시켜 줄 뿐이지 먼지를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해준다고 생각하면 안됀다"며 "필터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쓰는 마스크처럼 필터도 자주 세척해주고 교환해주는 게 에어컨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