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후임 사무총장을 확정, 발표하지 못하면서 불씨는 남은 상태다. 사무총장은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중요한 당직이기 때문에 각 계파는 비대위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홍일표, 강석호(이상 비박계), 이철우, 조원진(이상 친박계) 등 3선 의원들이 물망에 오르지만 각자 일정 부분 계파 색을 띄고 있어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 석연찮은 '사무총장 경질'…전당대회 겨냥 샅바싸움?
권 의원을 사퇴시킨 명분은 뚜렷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당무 보좌에 관한 견해 차이”라면서도 보좌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권 의원은 “복당 때문에 경질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무총장 교체가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권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합의사항은 세 가지로 알려졌다. ▲교체 명분을 '복당' 문제가 아닌 '견해 차이'로 변경
▲김태흠 사무부총장의 동반 퇴진 ▲계파 중립 인사로 후임 사무총장 임명 등이다.
하지만 교체의 명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경질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 비대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의 뒤 비대위원 간 오찬에서 사무총장 교체 건과 같은 식의 의사결정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비대위원은 “김희옥 위원장이 특정 계파 중에서도 강경파의 주장을 대변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이 권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친박계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다.
각 계파가 사무총장을 노리는 이유에 대해선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사무총장에겐 전당대회 유권자인 대의원 추천과 관련된 지역구의 조직위원장 정비 권한이 있고 총선 책임론을 다룬 백서 출간의 책임자다.
◇ 親朴 "사무부총장이 대행해야" VS 非朴 "중립 인사 아니면 또 내홍"
후임 사무총장 인선은 당초 경질 확정 당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다음주초쯤으로 연기됐다. 계파 간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박계에선 홍일표, 강석호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강 의원은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김무성 의원의 측근인 점이 친박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 색채가 옅고 온건 성향인 점이 장점이다.
친박계에선 이철우, 조원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어 겸임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계파 색채가 뚜렷해 비박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적임자가 없을 경우 사무부총장인 김태흠 의원이 물려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비박계는 "김 의원의 당직은 신임 사무총장 임명 전까지만 유효하다"며 권한대행 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의원은 "같이 그만둘 이유가 없다"며 버티고 있어 이 역시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은 통화에서 “사무총장이 누가 되는지를 보고 내 거취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의 경질이 결정되면 비대위원에서 사퇴할 수 있다고 했었으나, 한 발 물러서 후임자가 누가 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