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내주기 바랄 뿐"…턱밑 檢 칼날에 국민의당 '탄식'

박지원 "김수민, 박선숙 의원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

◇ 일부 의원들 "지도부 초기 강경대응 말았어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억원대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비례대표)이 23일 검찰에 출두할 예정인 가운데 검찰은 지난 4.13 총선 당시 김 의원 등이 홍보업체들에 '뒷돈'을 요구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거대 양당체계에서 탈피한 새 정치를 표방해온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리베이트'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의 이미지 실추와 함께 당내 불만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 '공보물 보전비용 부풀리기' 꼬리를 무는 의혹들

김수민 의원은 국민의당 비례대표 선거공보물과 방송광고 제작 업무를 담당했던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의 전 대표를 지냈고, 총선 전후 불법 정치자금 2억382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이날 김 의원을 상대로는 홍보업체들에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B사가 브랜드호텔에 지불한 1억1000만원의 대가성 여부.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이 공보물 기획과 디자인 등 정당한 용역을 제공하고 B사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획과 디자인 용역 비용이 선관위 보전 액수를 훨씬 초과하는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많았다는 데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민 의원이 지난 3월23일 비례대표 7번에 공천되면서 국민의당은 선거공보물 제작 배포 업무를 서둘러 B사와 다시 맺었고 B사가 브랜드호텔과 다시 하청 계약을 체결한 과정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계약 방식인데다 B사 대표가 국민의당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친구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데다, 업체 규모도 전국에 2200만부의 공보물을 배포할 정도의 규모가 아니란 점도 검찰이 석연치 않게 보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선거공보물 제작 배포 용역을 브랜드호텔이 낀 B사에 20억9000만원에 발주했지만 결과물은 8페이지 짜리에 불과해 오히려 선거보전비용을 부풀렸다는 추가 의혹에 휩싸였다. (CBS노컷뉴스 6월20일자 '국민의당은 왜 더 비싼 회사로 홍보업체를 바꿨을까?')

올해초 당 상징인 PI(Party Identity) 작업을 진행했던 디자인업체 '브랜드앤컴퍼니'는 12페이지 짜리 공보물 제작 비용으로 23억원(8페이지에 16억1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국민의당은 오히려 단가가 더 비싼 B사와 계약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일반 상거래에서는 당연한 '단가 낮추기'를 시도하지 않았고, 공보물 제작비용 21억원을 선관위에 보전청구했다가 5억여원을 거부당했다.

결국 검찰은 김수민 의원을 상대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을 처음부터 부풀려 용역을 줬고 그 차액 만큼을 기획·디자인 비용 명목으로 되돌려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관위 고발내용에 적시된 대로 TV광고 대행업체 S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1억원의 리베이트를 먼저 요구했는지도 캐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수민 의원이 S사 대표에게 '회의 내용 공유드립니다'의 제목 등으로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당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도 전담하는 등 실질적인 '국민의당 홍보 TF'를 진두지휘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홍보 TF는 브랜드호텔 내 조직이라는 국민의당 설명과 달리 김수민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후에도 홍보 업무에 계속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당과 아무 상관없다"는 국민의당 진상조사 결과는 신뢰성을 상실하게 된다.

검찰은 오는 27일 총선 선거 업무를 총괄했던 박선숙 의원(전 사무총장)도 소환해 리베이트 공모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은 물론 '후보 또는 후보가 되려는 자의 정당 등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받을 수 있다.

◇ 국민의당 의원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이어 김수민, 박선숙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의 줄소환이 예고되자 국민의당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캐스팅보터가 아닌 리딩파티가 되겠다'(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부터 제3당의 정치력을 보여줬지만 '리베이트 정당'이라는 낙인에 속수무책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정치권에 단호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검찰이 기소만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시키겠다"며 "그 자체가 새정치라 생각하고 절대 옹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검찰 수사결과 만을 기다릴 뿐 이렇다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검찰 수사 초기 허술한 대응에 대한 지적이 많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당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불법은 없다'는 식의 입장만 되풀이해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것.

한 호남지역 의원은 "검찰이 기소를 하건말건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건 초기에 (지도부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강경 대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주선 부의장이 강경 기조로 나가는 데 다른 의원들이 뭐라고 얘기하겠냐"며 초기 진화 실패 책임을 지도부로 돌렸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이 의미있는 일을 해도 언론은 김수민 보도만 쏟아낸다"며 "매주 3차례씩 아침 일찍 정책워크숍을 하든, 세비를 반납하든, 법안을 내든 관심을 못받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는 처음에 진상조사단 꾸린다고 할 때 반대했다"며 "지금은 검찰이 빨리 수사를 끝내주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또다른 의원은 "국민들이 문제라고 인식하면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당헌당규상 당원권 정지 조치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유체이탈 화법 구사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리베이트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의도적 거리두기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안 대표는 선관위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현역 의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한 직후인 지난 9일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유감스러운 일이고 검찰 조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께 걱정끼쳐 송구스럽다"고 한발 물러난 뒤 20일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이번 일로 걱정 끼친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수민 의원에 대한 공천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당시 홍보업무 전반의 결정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 대표는 이날 '내부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사과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히 안 대표는 총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3월18일 서울 노원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박선숙, 김수민 의원을 따로 불러 면담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새롭게 확인됐지만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 6월12일자 [단독] 안철수 대표, 비례 후보추천위 구성 직전 '김수민' 개인 면담)

당시는 국민의당이 리베이트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있는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B사와 계약을 맺고(3월15일) 비례대표 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3월19일), 김수민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3월23일)되는 등 민감한 시기였다.

안 대표는 앞서 3월3일 숙명여대 창업센터를 찾아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을 극찬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처음부터 몰랐던 일이라고 발뺌하며 이번 사건을 김수민 의원 선에서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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