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상설 청문회법' 재의 압박에 곤혹스런 정세균

산적한 현안 협치 절실한 상황에서 재의 '일방통행' 쉽지 않아

정세균 국회의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이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연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국민과의 약속을 당당히 지켜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은 여소야대의 최초 야당 출신 의장"이라며 "의장으로서 하신 말씀을 지켜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는 야당의 임무고 국회의 임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날에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거부한 '일하는 국회법'을 조속히 재의하도록 국회의장께 강력히 요구한다"며 "대통령은 바로 일하는 국회법을 거부한 것이다. 일하는 국회가 되라는 국민 바람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국회법 재의를 정세균 의장에게 촉구하고 있지만 정 의장은 여전히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10일 개정 국회법의 재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법리검토를 먼저 거치고 또 교섭단체 대표들과의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이 어떤 상황에서도 재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리한 재의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국회의장 선출 직전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그 견제수위를 견제 당하는 행정부가 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가 행정부)견제를 제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과도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그렇다고 재의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도 없는 문제 아니겠냐"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바 '1특 4청'(1개 특별법과 4개 청문회)등 현안이 산재한 상황에서 여야간 협치를 강조한 정 의장이 일방통행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또 정 의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개헌논의 때문에 청와대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의 문제를 강행할 경우 청와대를 감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계속해서 정의장 쪽에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국민의당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재의문제를 리베이트 의혹 등으로 어려워진 당의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부가 거부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할 경우 본회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기존 법률안으로 확정된다.

무소속 탈당파 복당으로 의석이 129석까지 늘어난 새누리당이 반대할 경우 원안을 통과시킬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당에서는 어디까지나 야당으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명분이기에 추진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천만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들어갈 경우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채울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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