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먼저 시행 중이던 메이저리그(MLB)처럼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는 팬들의 열망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후반기부터 시행을 결정했다. 오심에 대한 아쉬움을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기회도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는 경기 중 각 팀은 1번씩 합의 판정 요청 기회가 있었다. 판정이 번복되면 2번까지도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번복 여부와 관계 없이 기본적으로 2번 요청을 할 수 있다. "1번은 너무 적다"는 감독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연히 올해는 각 구단들의 합의 판정 요구도 늘어났다. KBO에 따르면 20일까지 진행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321경기에서 총 289회의 합의 판정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개막 이후 320경기에서 합의 판정은 162회였다.
지난해보다 한결 더 여유로운 상황이다 보니 합의 판정을 자주 요청한 모양새다. 감독들은 "지난해까지는 경기 초반이면 머뭇거렸는데 2번의 기회가 있다 보니 조금 더 과감하게 요청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회 많으니 번복률 떨어져…경기 시간 지연까지
하지만 합의 판정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승부에 결정적이지 않거나 확신이 미처 서지 않는 상황에서도 합의 판정이 이뤄지다 보니 성공률은 적잖게 떨어졌다.
올해 289회 합의 판정 중 번복이 된 것은 95회다. 성공률이 32.9%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62회 중 58회였는데 확률로는 35.8%였다. 약 3%p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전체 시즌의 39%(423회 중 165회 번복)와 비교하면 더 떨어진다.
도입 원년과 비교해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2014년 합의 판정은 115회 중 47회가 번복됐다. 성공률이 40.8%였다. KBO 관계자는 "아무래도 2번의 기회가 있다 보니 각 팀들이 조금 쉽게 신청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반에 기회가 소진되면 정작 중요한 순간 요청이 불가하다. 지난 5월 1일 LG와 잠실 원정에서 합의 판정 끝내기로 승리를 거둔 조범현 케이티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1회부터 합의 판정을 쓴 게 아쉬웠다"면서 "후반 중요한 순간 쓰지 못해 신중하게 결정한 게 끝내기 합의 판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합의 판정 확대는 올해 경기 시간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24분(연장 포함)으로 지난해보다 3분 늘었다. 역대 최장이던 2014년 3시간27분에는 못 미치나 역대 2위 페이스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타고투저 현상과 함께 합의 판정 기회가 늘어난 게 경기 시간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면서 "한번 요청 하면 판정까지 2~3분씩 걸리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성공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비디오 판독은 소득없이 시간 지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여유와 남발, 합의 판정 확대가 가진 빛과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