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집단대출…은행권 주택보증 믿고 '마구잡이 대출'

1년사이 보증액 60조원↑…주택보증공사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부동산 대출 시장에 대한 모니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집단대출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집단대출은 가계부채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의 보증을 서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시스템에 헛점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HUG의 보증만 믿고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늘려왔는데, 최근 HUG의 보증능력이 임계치에 달했다고 판단해서다.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나가는 대출이다.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 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 등으로 나뉜다. 대출심사 시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되지 않으며 대출금리도 낮은 편이다.

◇ 올해 집단대출 폭증…HUG는 보증규모 확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1월부터 5월까지 은행권 집단대출 증가액은 10조 원 가량이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 8조700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소득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집단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오히려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출 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되면서 주택대출은 주춤해졌지만 집단대출은 적용에서 제외되면서 비중이 급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HUG의 보증금액도 1년 사이 6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 92조6834억 원에서 지난해말 150조4645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이 중 주택분양보증 규모는 지난해 81조1294억 원으로 전년(47조5662억 원)보다 약 72% 가량 늘었다.


HUG의 자기자본은 4조3139억 원인데, 보증한도가 40배 규모에 이른다. HUG의 법정보증배수는 자기자본의 50배까지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HUG는 오히려 보증규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HUG의 표준 PF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을 기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NH농협손해보험과 KEB하나은행까지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중소 건설사 보증신청 요건을 기존 사업 규모 500가구 이상에서 300가구 이상으로 PF 보증 문턱도 낮췄다.

이 때문에 여신을 취급하는 금융권과 당국에서는 더이상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집단대출 증가세는 우려할만한 상황이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준공 후 미분양 재현될까

반면, 금융권에서는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이 속출했던 지난 2009년 당시가 재현될까 우려에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70만여 가구로 조사됐다. 2년 단기 입주물량으로는 1기신도시가 조성된 90년대 이후 최대다. 이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준공 후 미분양은 악성 중에 최악으로 꼽히는 재고다. 이는 공급과잉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지난 2002~2008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성장과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해 연 평균 입주물량이 약 33만가구 에 달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준공 후 미분양이 2~3배 가량 폭증했고, 할인 분양과 이에 따른 반발로 기존 계약자 입주 거부 사태, 청약 경쟁 미달사례 등이 속출했다.

급기야 2008년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에서도 세입자를 못 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특히 단기간에 1만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 전세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에서도 2017년~2018년 발생할 미분양물량 급증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여신 업무, 그중에서도 특히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서 대출 심사는 꽤 강화됐다"며 "공급 과잉 또는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 대응과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HUG 측은 "시장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정부와 협의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1일 '대한주택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사명을 변경하고 주택도시기금을 전담운용하는 기관으로 거듭났다. 대한주택보증은 1993년 설립된 이후 2014년까지 916만 가구에 739조원의 주택 관련 보증을 공급해온 공기업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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