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도양에서 조업 중인 원양어선 광현 803호에서 한국인 선장 등 2명이 숨진 선상반란 사건을 두고 15년간 원양어선을 탔던 한 선원의 이야기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선상반란, 특히 최근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외국인 선원에 의한 선상반란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인 선원을 늘리고, 선원의 처우개선, 기본적인 소양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원양산업노조에 따르면 오대양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우리나라 원양어선은 300여척에 이른다. 대부분이 300t급 안팎이고, 500t급을 넘지 않는다.
300t급 원양어선을 기준해서 보면 선박 1척에 타는 총 승선인원은 25명선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 선원은 기껏해야 5∼6명선이다.
선장, 기관사, 항해사 정도가 한국인이고 선원들은 대부분 동남아지역 국가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원양산업노조 한 관계자는 "선박 내 처우개선, 강압적인 업무지시 개선 등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한국인 선원 수가 워낙 적다보니 업무 통제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인 선원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 줄어들면 한국 원양어업 기반도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박에 외국인이 취업하게 된 것은 1992년부터다. 정부는 선원 구인난이 심화되자 외국인 근로자의 승선을 허용했다.
이 제도 시행후 초기에는 여전히 한국인 선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1998년과 2000년 사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해 지금은 300t급 선박 기준으로 통상 25명이 승선한다고 할 때 한국인 비율은 4분의 1∼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16년 초 원양어선을 타는 한국인 선원은 2천명선인 데 비해 외국인 선원은 6천500명에서 7천명에 이른다.
20일 발생한 광현호에도 총 승선인 18명 중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이 탔지만 한국인 선원은 선장과 기관장 등 3명에 불과했다.
정찬호 전국원양산업노조 정책과장은 "폐쇄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선박의 특성상, 한국인 선원이 부족하다 보면 광현호와 같은 폭력사태에 대비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무런 어업 기초지식 없이 바로 배를 타기 때문에 고된 작업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그렇다 보니 선장이나 갑판장의 지시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선장, 기관장 등 윗사람이 아래 선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드물다"며 "지금은 외국인 선원들과 소통부재에서 보는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선상폭력을 줄이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인 선원을 늘리고, 외국인 선원에 대해 기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양어선 갑판 선원의 월급은 300만∼350만원에 불과하다.
김현태 한국원양산업협회 홍보센터장은 "과거에는 돈을 벌려면 배를 타라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원양산업의 수익구조가 나빠져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게 됐다"며 "무너지는 한국 원양산업을 살리는 측면에서도 한국인 선원을 늘리는 정부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외국인 선원은 선원송출회사가 공항에서 외국인을 인도 받아 바로 배에 태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승선하기 전 연수나 교육은 아예 없다.
정 원양산업노조 정책과장은 "최소한 배를 타기 전 연수 등 교육과정이 있으면 개개인의 성향, 업무적응력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만 지금은 그런 과정이 없다"며 "선장이 외국인 선원에 관해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