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는 오는 25일 오전 9시 도쿄 니시신주쿠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현 이사진 해임안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 등 현 이사진 6명을 해임하고 자신을 이사에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시 최대 주주 광윤사 명의로 주주 제안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복귀 안도 포함시켰다.
롯데홀딩스는 총 5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에도 지분 19.07%를 갖고 있는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완승하면서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밀어내고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가 거의 완성돼가는 듯했던 신동빈 회장의 ‘원롯데 원리더’ 체제에 균열을 가져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창업 이래 최대 위기”라고 ‘신동빈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28.1%)의 과반 주주(50%+1주)이면서도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의 표를 신동빈 회장에게 뺏기면서 거푸 고배를 마셨고 부회장 자리에서도 쫓겨났다.
이에 따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2일 먼저 일본으로 돌아가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으면 총 57.52%의 지분으로 역전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주총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신 회장은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지난 16일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가 이사회와 경영진 회의 등 각종 회의를 참석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롯데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 등 주주들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낙승을 예상했다.
종업원지주회가 표 행사를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구조도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다시 신동빈 회장이 승리한다면 당분간 주총을 다시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1년에 한 차례 6월에 열어야 하는 정기 주총과는 달리 임시 주총은 이사회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검찰 수사는 최대 변수다. 만약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신 회장의 구속 사태까지 발생한다면 전세는 한순간에 뒤바뀐다.
경영 공백을 우려한 신동주 전 회장과 광윤사의 주총 소집 요구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신동빈 회장 부재 상태의 투표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와 관계없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계속 주총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신이 경영을 맡아왔던 일본 롯데도 비자금 조성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손이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동주 전 회장의 광윤사 과반 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신동주 회장이 제기한 소송도 변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에 문제가 있어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과 신 총괄회장 1주 양도는 무효라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롯데가 형제의 3차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