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역에서 19세 정비공이 홀로 현장으로 내몰린 배경에 이들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CBS노컷뉴스 단독보도 이후, 이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 부인 명의로 세워놨던 회사로 퇴직후 넘어가더니
16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1년 11월 30일 은성PSD와 3년간 210억원대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날은 은성PSD 대표 이재범 씨가 서울메트로를 퇴사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으며, 이 씨는 이보다 앞선 11월 21일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은성PSD는 같은 해 8월에 이 씨의 부인 명의로 세워졌다.
경찰은 이 씨가 서울메트로 근무 중 은성PSD를 간접적으로 세워놨다가 퇴직한 직후 용역계약을 맺은 점이 현행법 위반이 아닌지 검토하고 있다.
◇ 용역비 4배 받고 200억 손실? 배임 혐의 집중수사
서울메트로는 이 계약 이후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지하철 1~4호선 121개 역사 중 97곳의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를 은성PSD에 맡기는 대신 연간 70~90억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경찰은 메트로 측이 이 계약으로 그동안 모두 200여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관련자들의 배임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성PSD는 이 기간에 서울메트로와 1개 역사당 월 630만원을 받고 스크린도어를 수리해왔으나, 앞서 서울메트로와 계약했던 업체의 경우 역사당 월 165만원 밖에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은성PSD의 과업 범위와 근무 인원이 늘어나 용역비를 더 많이 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서울메트로의 해명에 대해 경찰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업체는 업무량도 비슷했고 투입인원도 큰 차이가 없었다"며 "별도 법인인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의 인건비를 과다하게 산정했다면 배임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로 숨진 정비공이 근무하던 용역업체이자 서울지하철 1~4호선의 121개역 중 나머지 24개역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에 대한 수사도 한창이다.
경찰은 유진메트로컴이 지난 2004년과 2006년에 각각 12개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 받은 22년 광고독점권을 과도한 특혜로 보고 있다.
유진메트로컴은 1개 역사당 평균 25억원의 설치 비용을 산정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도시철도공사 등을 통해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역사당 15억원의 비용을 들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같은 특혜 의혹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17일부터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유진메트로컴의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이후 고위 관계자 등을 소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