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수해 때도 지뢰 떠내려와
-부모 산소도 지뢰무덤
-장애 2등급…가정도 파탄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장>
-주민 기본권 피해 심각…헌법소원
-지뢰 피해자 지원법 위헌 소지
-현 추세론 제거에 2000년 걸려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호(철원 지뢰 피해자), 조재국(평화나눔회 이사장)
만약 여러분의 동네에 비가 내리면 지뢰가 둥둥 떠내려 온다. 상상이 되십니까?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강원 철원 주민들에겐 현실의 얘기입니다. 이 주민들 결국 국가를 상대로 한 위헌소송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뢰로 인한 위헌 소송은 최초의 일인데요. 그동안 피해자들 얘기는 언론에도 자주 보도가 됐고 그래서 지뢰 제거도 부지런히 하고 보상도 되고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어떻게 위헌소송까지 가게 된 건지 소송에 참여하시는 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올해 나이 만 62세의 김정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정호> 네.
◇ 김현정> 철원에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김정호> 62년 됐어요.
◇ 김현정> 그러면 거기서 나고 자라신 거군요?
◆ 김정호> 네.
◇ 김현정> 정말로 비가 오면 지금도 막 지뢰가 떠내려오고, 산에 여기저기 지뢰가 묻혀 있고 그게 사실이에요?
◆ 김정호> 네. 여기 그 96년도에 수해났을 때요.
◇ 김현정> 수해 났을 때.
◆ 김정호> 그때 막 지뢰도 떠내려오고 그래요. 그리고 여기는 그게 비일비재해요.
◇ 김현정> 요새도 그런 일이 있어요?
◆ 김정호> 요새도 그런 일이 있어요.
◇ 김현정> 선생님의 경우도 그런 걸 직접 목격하셨습니까?
◆ 김정호> 저희 아버지하고 어머니를 모시려고, 형님께서 산을 사셨는데 장사를 치르고 이렇게 다 묻어놓고서 이제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거기가 지뢰 무덤이다 이러더라고요. 조사하니까 그 옆에서 지뢰를 캐다가 아버지 산소 뒤쪽에다가 다 묻고 그냥 불법으로 그냥 그렇게 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철원 지역에는 예전부터 지뢰가 수없이 많이 있었는데 농지를 개간하던 농민들이 지뢰를 발견해서 그걸 그 산에다가 묻어뒀다는 말씀?
◆ 김정호> 네.
◇ 김현정> 그래서 거기 그 산이 지뢰무덤이 됐다, 이런 얘기를 들으신 거예요?
◆ 김정호> 네, 네. 그 산에를 못 올라가요, 잘.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정부에다 신고하고 이 지뢰 좀 제거해 주십시오. 여기 우리 부모님 묘가 있습니다 얘기하시죠?
◆ 김정호> 그거 얘기해도 여기서는 귓등으로도 안 들어요. 저도 지뢰 피해를 당한 사람인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선생님도 지뢰 피해자세요?
◆ 김정호> 네.
◇ 김현정> 어떻게 하시다가 일을 당하셨어요?
◆ 김정호> 그때 당시는 그냥 미확인 지뢰지대가 많았거든요. 산에만 올라면 폭탄 덩어리고 지뢰 투성이고 그러니까 만지작거리고 놀다가 그게 터져가지고. 그런데 이게 터지는 건지 안 터지는 건지 12살 어린 나이에 뭘 알아요? 그래서 다쳐갖고 이날 이때까지 군에서는 보상은 커녕 그런 말도 못 꺼내보고 자비로 병원 생활도 했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아직까지.
◇ 김현정> 장애2등급이시면 어디어디가 불편하신 거예요?
◆ 김정호> 다리하고 손이, 왼쪽 손목이 절단됐고 오른쪽 눈 실명됐고 얼굴이 많이 일그러졌었어요.
◇ 김현정> 그게 지금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입니다. 지금 예순이 넘으셨는데 평생을 그 지뢰 때문에 고통을 받으신 거네요?
◆ 김정호> 그래 가지고 결혼했다가도 애 둘 낳고 여자가 집을 나갔어요, 나갔고. 애들 길러가지고 대학까지 다 가르쳤는데 애들이 이제 아버지가 그렇고 그러니까 비관하다가 둘 다 저세상으로 갔어요. 맨날 아빠가 불쌍하다고 그러면서, 오기만 하면 울고 그러더니만 먼저 이렇게 가더라고요.
◇ 김현정> 우울증 같은 게 왔군요?
◆ 김정호> 네, 그래 가지고 1년 사이에 그냥 둘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 살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그 지뢰 사고로 큰 장애를 얻고 결혼은 했는데 아내분이 그렇게 됐고. 딸들이 비관해서 세상을 떠나고. 지뢰라면 그냥 몸서리가 쳐지시겠어요, 지금도.
◆ 김정호> 예. 맞아요.
◆ 김정호> 몇몇은 받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50년이 넘은 걸 갖다가 그 보증을 세우라는데 내 살던 동네를 떠난 지가 벌써 50년이 다 됐는데, 내가 거기 가서 어떻게 동네 사람들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 김현정> 보증인을 세워야 되는 상황. 말하자면 증인을 하나를 데리고 와라?
◆ 김정호> 증인 둘을 데려오라는 얘기에요.
◇ 김현정> 그런데 60년대 그 살던 그 마을에 가 가지고, 누구를 데리고 어떻게 얘기를 하겠느냐, 이제 와서?
◆ 김정호> 지금 다 보상받는 사람들 다 그렇게 사람 세워서 보증을 세운 거고. 막 2000만원 준다고 하면 돈 주면서도 또 병원기록을 갖고 와라, 뭐 가지고 와라, 아주 까다로워요. 그래 가지고 무식한 사람들은 찾아먹지도 못해요, 그거.
◇ 김현정> 그나마도 사실은 2000만원이라고 지금 하셨는데 그럼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나 이것저것 생각하면 그 보상으로는….
◆ 김정호> 택도 없죠, 그거. 자기네들 다리 하나 잘라지고 2000만원 주고 눈 하나 빠지고 2000만원 주고, 그런다고 하면 받겠어요? 안 받고 말죠. 치료비도 안 되죠. 그런데 국방부라는 데가 그래요.
◇ 김현정> 그래서 이제 이런 분들이 모여서 위헌소송까지 가게 된 건데 이 위헌소송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가지고 보겠습니다.
◆ 김정호>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김정호> 네.
◆ 조재국>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에 철원 주민들하고 함께 제기한다는 소송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 조재국>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철원지역에 워낙 지뢰밭이 많이 있고요. 지뢰 제거가 안 되던 상태에서 매년 지뢰사고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난달에도 한 달 사이에 3명의 민간인이 지뢰 피해를 받았죠.
◇ 김현정> 아니, 한 달 만에 3명이 사고가 날 정도입니까?
◆ 조재국> 그렇죠. 더구나 같은 곳에도 2명이 나고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 피해가 날 거다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빨리 지뢰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지뢰를 제거해 달라고 하는. 그래서 지뢰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생활권 등 기본적인 인권이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으로 풀려고 하는 거고요.
◇ 김현정> 지뢰 제거를 빨리빨리 안 해줘서 생기는 피해들에 대한 헌법소원.
◆ 조재국> 그리고 두 번째로 지금 지뢰 피해자 지원법이라는 게 만들어져서 피해자들에게 일정한 구제를 하고 있지만 그 법 내용이 상당히 불비해 있습니다. 원래는 지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자고 만든 법인데 그 법조항에 너무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게 있고, 또 이걸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에서 너무 좁게 해석을 자꾸 하다 보니까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보상이 되지 않고 저렇게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
◇ 김현정> 앞에 말하신 그 할아버지처럼.
◆ 조재국> 그렇죠. 법 자체가 잘못됐다 해서 위헌소송을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두 가지 큰 축으로 소송을 진행하시는 거군요. 몇 분이나 참여하실 것 같으세요?
◆ 조재국> 헌법소원은 적어도 100명 이상, 1000명 이상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것은 지뢰밭이 있는 주위의 모든 주민들이 다 위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분들이 다 하실 것 같고요. 지금 민간인 피해자가 한 1000명 정도 되구요. 가족까지 합치면 한 3000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위헌소송은 그 분들이 참여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청취자 질문도 들어옵니다만 아니, 전쟁 끝난 지가 얼마인데 아직도 남아 있는 지뢰가 그렇게 많은가. 정말 장마철 되면 지뢰가 둥둥 떠내려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런 문자들 많이들 오는데요.
◆ 조재국> 그게 한심한 건데요. 한국 정부는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에는 민간인 지뢰 피해자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뢰 관리를 너무나 철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하고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라고 외교부 대표가 국제사회에다 계속 발표를 하고 있어서 한심한 일이고요. 두 번째는 이 지뢰가 마치 북한을 방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단 전시작전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는요. 앞으로 지뢰를 안 쓰고도 얼마든지 전쟁을 수행 할 수 있고 적을 무찌를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미국은 현재 있는 지뢰를 다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요, 현재 지뢰밭이 수원시 보다 조금 적을 정도로 많습니다. 지뢰를 다 제거하면 수원시라는 도시가 하나 생기는 거죠.
◇ 김현정> 수원시에다가 빼곡히 지뢰를 심어놓으면 그 정도 면적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지뢰가 묻혀 있다고요?
◆ 조재국>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잠깐만요. 저는 지금 헷갈리는 것이 전쟁통에 심어 놨던 것을 지금 제거 못해서 그렇게 많은 건지. 아니면 지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심어놓은 지뢰들이라는 건지. 그 부분이 좀 헷갈리네요.
◆ 조재국> 그러니까 과거에 미군의 미사일 기지라든가 미군부대라든가. 또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부대 주위에 지뢰를 매설했죠. 그 지역이 다 합치면 수원시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어마어마한 면적인데요. 그 가운데 현지에 부대가 주둔해 있어서 방어를 위해서 필요한 지뢰지는 20%. 그 나머지 80%는 미사일 기지가 없어졌어요. 미군들이 이제 다 철수했어요. 그러면 당연히 그 지뢰는 남아 있을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재국> 그러면 그걸 제거를 해야 되는데 워낙 수십년간 방치하다 보니까 지뢰가 몇 개가 묻혀 있는지, 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언제 묻었는지도 모르는 미확인 지뢰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거는 정말 빨리 제거를 해야 되는데 이 가운데 사유지도 굉장히 많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조재국 이사장님은 그 20%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렇게 많이 필요없다는 입장이시지만, 어쨌든 80% 다 동의가 된 것만이라도 빨리 제거해 줘야 하는데….
◆ 조재국> 그렇죠.
◇ 김현정> 그것도 안 되고 있다.
◆ 조재국> 이것까지도 북한의 방어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는 얘기를 슬쩍 흘리면서 제거를 안 하고.
◇ 김현정> 안 하고 있는 겁니까? 못하고 있는 겁니까?
◆ 조재국> 안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한 1년에 어느 정도씩 제거해나가고 있어요, 실적은?
◆ 조재국> 국방부에서 공식으로 발표한 게 지금 국방부의 능력을 가지고 이 80% 지역 유치를 제거하는 데는 389년이 걸린다고 그랬어요.
◇ 김현정> 389년?
◆ 조재국> 389년. 이건 불가능하다는 뜻인데. 현재는요. 가끔 매스컴에 떠내려온 지뢰 제거한다고 작전이 시중에 나오는데 이거 다 거짓말입니다. M14 플라스틱 지뢰는 탐지기로 탐지가 안 되는 지뢰에요. 그래서 1년에 300발 전후해서 지금 제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00발 정도?
◆ 조재국> 300발 전후. 때로는 400발 정도, 200발 정도 하는데. 1년에 400발씩 한다고 하면 지금 깔려 있는 게 100만 발 정도 되거든요. 그걸 나누면 2000년 정도 걸려요, 이걸 다 제거하는데.
◇ 김현정> 지금 같은 속도라면 2000년 걸린다.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계속 피해를 보고 한 달에 3명씩 피해를 지금도 당할 정도인 상황. 여기에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조재국> 그리고 서울시내에도 지뢰가 있고요. 강남에 가면 예술의 전당이 있는데 거기 뒷산이 우면산인데요. 그 우면산에 지뢰가 있습니다.
◇ 김현정> 진짜요?
◆ 조재국> 네, 그리고 여기 김포시청 뒤에 장산이라고 하는 데가 있는데, 거기도 역시 지뢰가 있고.
◇ 김현정> 있는 거 알면 그러면 빨리 처리해야죠.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다니는 곳인데.
◆ 조재국> 그러니까 너무너무 답답해요. 우면산 같은 경우에는 지뢰를 제거하느라 애를 썼다고 그러는데, 발견하지 못한 지뢰가 다수 있어서 거기에 과거 지뢰지대라고 써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조재국> 그런데 이 과거 지뢰지대라면 국제법상 위법이에요. 지뢰가 한 개라도 있으면 지뢰지대이지 과거 지뢰지대라는 말은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지금 지뢰를 관리하고 취급하고 있는 게 한국정부의 현실이죠.
◇ 김현정> 저는 듣고 나니까 이게 뭐 피해자들 안타까운 것을 떠나서, 일단 그건 차치하고라도 참 위험한 생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나네요.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재국> 감사합니다.
◇ 김현정>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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