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역시 국가대표 가드 김태술(32 · 180cm)이 KCC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농구계를 강타했다. 김태술은 신인왕 1년 선배 이현민과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지금까지 김태술은 팀을 이적할 때마다 농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2007-08시즌 SK에서 데뷔해 신인왕까지 탄 김태술은 다음 시즌 뒤 KGC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주희정(39 · 현 삼성)과 팀을 바꿨다. 이적 뒤 곧바로 군 복무를 마친 김태술은 2011-12시즌 오세근, 양희종 등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이후 KGC에서 2시즌을 더 뛴 김태술은 2014-15시즌을 앞두고 KCC로 전격 이적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사인 앤 트레이트 형식으로 갔다. 그리고는 또 2시즌 만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김태술의 이적은 리그 판도를 바꿀 대형 사건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농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과연 화제의 중심에 선 김태술, 본인의 심정은 어떨까. 프로 8번째 시즌에 벌써 4번째 팀을 맞는 김태술의 소회와 결연한 의지를 들어봤다.
▲"두 번 바닥친 농구 인생, 이적으로 반등 계기"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이적이 선수에게 썩 달가운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이전 팀에서의 성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냉정히 말해 이전 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김태술 역시 마찬가지다. KCC가 김태술을 영입할 당시는 대단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승진, 김민구 등을 잘 살려줄 민완 가드로 역할이 예상됐다.
그러나 2014-15시즌 김민구가 불의의 음주사고로 빠지는 악재가 터졌고, 김태술 역시 국가대표 차출 등으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는 전태풍, 안드레 에밋 등과 동선과 역할이 겹쳤다. 결국 KCC가 트레이드를 택한 이유가 됐다. 다만 KCC도 백업 가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칠 이현민을 영입해 '윈-윈'을 이뤘다는 평가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반등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선수에게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부분이다. 우승이 절실했던 SK를 떠난 김태술은 KGC에서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김태술은 "개인적으로 농구 인생에서 바닥을 친 게 두 번 있었다"고 돌아봤다. 군 복무 전후와 지난 시즌이다. 데뷔 시즌 팀의 6강 진출과 신인상을 탄 김태술은 08-09시즌 팀이 8위에 머물렀고, 곧바로 군 입대했다.
그러나 제대 후 새 팀 KGC에서 부활했다. 지난 시즌도 최악이었지만 삼성 이적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태술은 "이번 이적이 농구 인생에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 농구를 하고 싶다…삼성에서 뼈묻을 터"
새로운 팀도, 본인도 기대가 크다. KCC와 달리 삼성에서는 김태술의 역할이 분명하고 비중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에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 임동섭, 김준일 등 공격 지향적인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들을 통제해줄 조력자가 적었다. 그래서 삼성은 지난 시즌 단신 외인을 가드로 뽑았지만 실패했다. 주희정이 베테랑의 품격을 보였지만 불혹의 나이라 체력적 부담이 컸다.
이런 삼성에 김태술은 최상의 카드다. 자신의 공격보다는 팀원들을 잘 살려주는 게 장기인 김태술이다. 경기 운용이 장점인 김태술은 헐거웠던 삼성의 조직력을 끌어올려줄 적임자다.
김태술도 "나의 농구는 동료들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삼성에는 공격할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김태술의 농구를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삼성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얘기를 많이 나눠 팀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술은 "이상민 감독님은 워낙 대단하신 선배라 더 배우도록 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희정에 대해서도 "예전에 대표팀에서 함께 있을 때 정말 많이 배웠다"면서 "경쟁보다는 함께 팀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우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김태술은 "이적하자마자 우승 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면서 "그러나 6강에 올라가면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술은 "농구 인생이 길지 않은데 굴곡진 부분이 적잖다"는 말에 "더 이상 이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내 마지막 팀이고 여기서 뼈를 묻고 싶다"는 다짐으로 자신의 남은 농구 인생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