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는 지난 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소공동 롯데호텔을 비롯해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코리아세븐, 대흥기획 등 주요 계열사를 거의 망라하는 대규모 압수수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과 비서실 비밀공간, 개인금고, 그룹 핵심부서인 정책본부 그리고 신 총괄회장 부자 측근들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같은 대규모 압수수색을 이례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포스코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했으나 서울 대치동에 있는 포스코센터를 압수수색하기까지는 거의 석 달이 소요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포스코 협력업체를 하나하나 압수수색하는 등 현재 진행 중인 롯데그룹 수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3년 CJ그룹 수사 때도 검찰은 같은 해 5월 21일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서울지방국세청과 신한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울 거쳐 같은달 29일 이재현 회장의 장충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일단 혐의가 특정된 본사나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 분석을 통해 수사를 확대하는 기업수사 방식과 달리 롯데그룹의 경우 처음부터 본사와 핵심부서, 사주 일가의 자택 등을 동시에 공략한 셈이다.
따라서 검찰이 이처럼 대규모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믿을만한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같은날 신동빈 회장의 거주지인 북촌마을 영빈관에서도 신 회장의 개인금고를 찾아냈다. 비록 내용물이 옮겨져 텅 빈 채 발견됐지만 검찰이 미리 알고 찾아 갔다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 2006년 3월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 때도 서울 원효로 현대글로비스 사옥 사장실 벽 뒤에 있는 비밀금고에서 현금과 수표 50억여원을 정확히 찾아내 수사의 물꼬를 튼 적이 있다.
특히 검찰은 1차 압수수색 때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롯데그룹 계열사와 임직원 자택 등 모두 17곳을 동시에 덮쳤다. 적어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영장을 발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검찰의 설명은 “장시간 내사를 통해서 혐의에 관한 상당한 첩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로 횡령과 배임 등 기업범죄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의 말과 압수수색 정황을 종합하면 핵심계열사와 부서 등 그룹 전체를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관리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그룹 내부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단순히 횡령과 배임이 의심된다는 정도의 제보가 아니라 정밀하게 분석 정리한 자료를 통째로 넘기는 식의 제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와 검찰의 내사가 수사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난해 ‘형제의 난’ 때 동생 신동빈 회장과 골육상쟁을 벌였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을 제보자로 보고 있으나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수사는 검찰 자체적인 것이다”며 부인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수사 전례에 비춰볼 때 롯데 수사의 규모와 속도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상당히 구체적인 내부자의 제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롯데에서는 제보가 어느 일방에 유리하게 가공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