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차 압수수색,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포착(종합)

오너 일가 겨냥한 검찰 수사 속도, 하드디스크 직원들 자택에 빼돌리기도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10일 오전 롯데그룹 본사와 임직원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이 자산거래와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린 단서를 잡고 2차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4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기타 계열사 10여곳 등 모두 15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 그룹 본사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4일 만에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거래 내역을 담은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장소에는 계열사 주요 임원들의 자택 2곳이 포함됐다. 또한 롯데상사,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도 대상이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이 자산거래와 부동산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호텔롯데 리조트사업 부분 인수 합병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을 통한 경영비리 정황이 다수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제주와 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리조트 토지 가격이나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계열사간 자산거래 및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등 (혐의)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뒤지는 형식의 압수수색이라기 보다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는 식의 제한적 압수수색이다"라며 "임원들 소환으로 인한 경영공백을 막고 객관적 물증을 충분히 확보해 수사 장기화를 막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정책본부가 이와 관련한 보고를 계열사들로부터 수시로 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이와 함께 이번 압수수색에 롯데건설이 포함돼 검찰이 이명박정부 시절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으로 수사로 확대할 지 주목된다.

당시 제2롯데월드 주시공사는 롯데건설, 시행사는 롯데물산이었다. 국방부까지 나서 반대하던 건축 인허가 과정에 정관계 로비 등이 있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다만 검찰은 현재까지 롯데건설이 자산거래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 역시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계열사다.

신 회장은 석유화학회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중동 등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직접 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중간 단계 회사들을 끌어들여 자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롯데 정책본부 직원 3~4명을 소환해 계열사로 빼돌린 자금이 롯데 그룹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는지 중점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2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과정에서 롯데 계열사 5~6곳이 사장들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도 포착했다.

한 계열사는 사장실 뿐 아니라 임원들 책상서랍과 금고가 텅 비어있었고, 일부 계열사들의 경우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임원 자택이나 물류창고로 옮겨 보관하다 검찰에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표이사 이하 임원진 서랍과 금고가 완전히 텅 비어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 수사를 지난주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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