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회에 '동반자' 지위 주고 '국정책임' 부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국회를 '국정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19대 때만 해도 박 대통령에게 '심판 대상'으로 지목됐던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위상변화를 맞은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동시에 국정에 대한 국회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는 말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불허와 국회법 개정안의 '해외 원격 거부'로 틀어진 여야 협치 분위기를 교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4·13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은 국회를 비판 대상으로 간주해왔다는 점에서 확연한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법안이 자동 폐기되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치 않을 것"(지난해 11월10일 국무회의), "노동개혁이 좌초되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12월23일 핵심개혁과제 성과점검회의) 등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경고를 쏟아냈었다.


다만 이는 '동반자'가 된 국회에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의무화한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경제법안 처리 협조 책임을 부여한 게 될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연설에서 조선업계 구조조정, 노동개혁과 규제개혁, 북핵 안보위협 등 현실을 지적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 "국민의 간절함을 꼭 들어주셔서 우리 앞에 놓인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달라", "국회의원님들의 적극적 협조가 함께한다면 대한민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발전할 것" 등 언급으로 국회에 '부담감'을 안겼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 없는 (북한의) 대화 제의는 기만일 뿐"이라며 강경한 대북압박이란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 "성급히 '대화를 위한 대화'로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며 야권의 대북대화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현 상태로는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소통보다, 야당에 대한 협력 요구 쪽으로 중심추가 옮겨갈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여서 협치의 실현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34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경제'(29회), '국회'(24회), '규제'(12회), '일자리'·'구조조정'(11회) 등도 다수 언급됐다. 반면 '협치'나 '소통'은 각각 한 차례만 언급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국회 본회의장을 채운 여야 의원들은 24차례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본회의장 입장과 퇴장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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