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3번째 승부…동빈 ‘수성’이냐, 동주 ‘뒤집기’냐

형 신동주, 주총 반격…동생 신동빈 美→日 직행해 방어 관측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과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롯데그룹의 신동주‧동빈 형제가 또다시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결이다.

무대는 이달 말 있을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벌써 세 번째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신동빈 원(One)롯데’ 체제를 거의 굳혀가고 있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목한 후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상황은 그렇게 정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10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신 전 부회장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현 이사진에 대한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 선임안 등 주주제안을 할 방침이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승자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28.1%)의 과반주주이지만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광윤사 외에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LSI(10.7%), 임원지주회(6.0%) 등을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종업원지주회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종업원지주회는 130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의결권은 신 회장 측인 대표자 1인에게 위임돼있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패인이 여기에 있다고 진단하고 종업원지주회의 직원들에 대해 롯데홀딩스 상장시 지분 배분을 약속하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설득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고자 롯데의 중국 사업 부실화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 부각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신 회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내부 정보가 검찰로 흘러들어갔고 이는 신동빈 회장을 겨눈 칼날을 만들었다는 게 롯데 측의 판단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창업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라는 중대성에 비춰 정기 주총에 앞서 롯데홀딩스 및 종업원지주이사회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의 장을 설치하길 요구한다"는 긴급 성명을 냈다. 동생 신 회장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멕시코 칸쿤에 머물고 있다.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14일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로 이동해 미국 석유화학업체 액시올과의 합작 법인이 건설하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다.

신 회장의 귀국 예정일은 16일쯤. 하지만 예정대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이미 엑시올 인수 계획은 철회했고 호텔롯데 7월 상장 계획도 무기한 연기한 상황에서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해 표 단속에 나설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 회장이 지난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일본 롯데를 방패막이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적이 있는 만큼 한국으로 귀국할 경우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제의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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