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실종 與 연찬회...내용 없는 ‘계파 청산’ 선언

‘총선 패인’ ‘공천 파동’ ‘복당’ 논의 뭉개고, 상임위원장 ‘자리’ 나누고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은 10일 연찬회 형식의 ‘정책워크숍’을 열었지만,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내 현안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프로그램을 기획한 원내지도부에선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비대위는 총의를 모을 수 있는 일정을 넣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아무 논의를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며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 빛바랜 ‘계파 청산’…“토론 없이 결론만 툭 던져”

워크숍 일정은 정치와 정책에 관한 2개의 특강과 영화 상영, 양성평등교육 등으로 짜여졌다.

중간에 비공개 분임토의 일정이 포함됐지만, 분과 별로 진행된 논의의 총의를 모을 전체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토의 분야도 경제‧사회‧복지 등 정책 관련 논의로 제한됐다.

정치 분과를 배제함으로써 당내 현안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 개진할 언로(言路)를 차단해 버린 것과 같다.

정병국 의원은 워크숍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당내 문제 얘기를 못하게 하는 분위기”라는 질문에 대해 “(지도부가 논의에 대해) 회피를 해놨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등 당내 문제에 대해 “비대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복당’ 문제에 대해 “잘못된 공천에 의해 (무소속 의원들이) 제거가 됐었고, 이 사람들이 자력으로 나와 당선됐다고 하면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질문해서 답이 나와야하는데 난 데 없이 결론만 툭 던졌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공천 갈등의 피해자라면 이를 바로 잡는 것이 혁신인데 당이 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총선 패배에 대해) 왜 진단을 하지 않느냐, 그걸 비대위에 질문해야 한다”며 “언제 진단을 할 것이고 혁신안은 무엇인지 혁신의 대상은 누군인지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 “순한 양처럼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신세”

워크숍 내내 계파 갈등의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지만, 행사 말미에는 ‘계파 청산 선언문’이 낭독됐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당의 상황을 ‘순한 양’에 빗대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양이 소나 돼지와 다른 점이 뭔지 아느냐”고 되물은 뒤 “멱따는 소리조차 내지 못 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계파 청산 선언의 내용을 놓고도 뒷말이 흘러 나왔다. 선언문에는 ‘계파 청산을 통한 대통합의 정치’ ‘국민의 총의를 모은 박근혜 정부 성공, 정권 재창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계파 청산의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엉뚱한 소리만 담았다”며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비박계 유승민 의원의 복당’, ‘박근혜 대통령과 비박계의 회동’ 등을 실제 담겼어야 할 내용으로 지목했다.

◇ 토론은 안 하고 상임위원장 ‘자리 나눠먹기’ 주력

당 소속 122명 의원 중 110여명이 참석한 행사였던 만큼 부족한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회의 도중 밖으로 나온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동료 의원과 협상을 벌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에 배정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8석이다. 전반기와 후반기를 합치면 16석인 셈인데, 희망 의원은 24명이어서 8석이 부족하다.

결국 2년의 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줄여 희망자 모두에게 한 번씩 자리가 돌아가게 하자는 결론이 워크숍 현장에서 도출됐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야당 의원은 2년씩 하는 위원장을 우리는 1년에 한 번에 교체한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국민들에게 자리 나눠먹기로밖에 더 보이겠느냐”고 평가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