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는 13일 20대 국회 개원연설 일정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1987년 헌정 수립 이후 모든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기됐던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도 다음주 중에는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개원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 출범을 축하하고, 국회의 국정 협력을 당부하는 등 '협치' 의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소야대의 정치환경이 새로 갖춰진 만큼,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도 밝힐 가능성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역시 여소야대였던 16대 국회 개원연설 때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개원연설을 전후해 여야 지도부 접촉이 이뤄져 왔던 관행에 비춰, 박 대통령은 3당 원내대표 회동 한달만에 다시 야당과 접촉할 수도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해외 거부권 행사'로 악화된 야당과의 관계개선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야 '립서비스'만 내놓을 리 없다"(여권 관계자)는 관측대로 박 대통령은 개원연설에서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거론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 이견이 큰 이들 사안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는 경우 협치 분위기 고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휴식기간 TK출신 친박계 핵심인사인 김재원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기용하는 등 친정 체제 강화 의도를 드러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0일 비대위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오셔서 야당의 협조만 일방적으로 부탁하실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등 경제문제에 대해 소상히 국민들께 과정을 설명하는 말씀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워크숍도 박 대통령이 적극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의지를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를 공공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이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 역시 협치의 걸림돌로 부상할 소지가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개원연설을 돌아보면, 야당에 유화적이더라도 결국은 국정에 협력하라는 요구로 귀결됐다"며 "청와대와 야당이 덕담을 아무리 주고받은들, 노동개혁에 이어 공공개혁까지 협치의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