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농협이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할 전임 회장에게 오히려 수 억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최원병 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 5억3천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재임 중이던 2008년부터 조선.해운업계에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최근 부실화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더구나 이 당시는 농협이 2012년 금융지주로 분리되기 이전으로 중앙회 회장이 사실상 금융업무의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던 시기다.
이처럼 농협 금융부실의 책임이 있는 전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농민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10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조선·해운 업계 지원으로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로금을 준다는 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농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또, "전임 회장이 농민에게 손해를 끼쳤는데 이런 잘못은 덮고 위로금을 전달한다는 것은 농민 조합원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 내부 규정에 따라 지급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무책임한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2005년부터 회장직이 비상임제로 전환되면서 퇴직금이 없어지고 퇴직위로금으로 변경됐다"며 "상임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똑같이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내부 규정에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오히려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협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규정에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도, 좋을 때 말이지 지금은 농협이 심각한 위기상황인데 이런 위기를 자초한 전임 회장에게 위로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최 회장 직전인 정대근 전 회장에 대해선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