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닥친 사정 칼날…혼돈의 '신동빈 롯데'

창립 이래 최대 위기…호텔롯데 상장·면세점 재승인 발등의 불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찍히면 죽는다’

10일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그룹을 짓누르고 있는 말이다.

◇ MB 최대 수혜기업, 현 정부 사정 1호 지목

롯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 면세점 사업 등을 통해 재계 서열 5위로 성장한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왔다.

따라서 롯데는 현 정부의 사정 1호로 지목돼왔다. 여기에 롯데는 지난해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의 ‘정운호 게이트’ 연루 의혹은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롯데홈쇼핑·롯데정보통신·롯데시네마 등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본사 26층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평창동 자택, 호텔롯데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도 포함됐다. 200명이 넘는 검사와 수사관 등이 동원됐다.

◇ 롯데 패닉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롯데그룹은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에 빠졌다. 충격과 공황 속에서 롯데 임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롯데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며 “핵심 임원들이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연락이 차단된 상태라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전방위 압수수색은 창립이래 처음”이라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이번에 압수수색 당한 계열사들은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다”면서 “(비자금 조성 혐의라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위기의 ‘신동빈호(號)’…호텔롯데 상장·면세점 재승인 불투명

지난해 8월 17일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을 승리로 이끌며 원톱시대를 열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불발과 가습기살균제 사태, 롯데홈쇼핑 프라임타임 방송 송출 금지 처분, 신영자 이사장 면세점 로비 의혹 등 잇단 악재에 시달렸지만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신 회장 등 오너 일가까지 겨냥하고 나오면서 롯데의 미래가 달린 핵심사업에 미칠 영향 등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호텔롯데의 코스피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이미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이달 말에서 다음달 21일로 한 차례 연기했는데 검찰 수사로 공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공모가 범위를 주당 9만7천∼12만원에서 8만5천∼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또다시 내린다고 해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 28일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롯데는 처음부터 다시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상장 자체가 아예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다.

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승인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지난해 11월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지만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4개 추가 공고로 연말쯤 ‘부활’이 기정사실화됐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로비나 회계상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재승인은 사실상 물건너 가게 된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의 연내 완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사업을 총괄해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사령탑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위기 때 해결사로 투입돼 사업을 이끌어온 노 대표의 공백을 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2월 말 완공 전까지 각종 인허가와 사용 승인 등 행정 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 송파구 일대 교통개선 사업과 석촌호수 음악분수 조성 공사 등은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들 3개 핵심사업이 검찰 수사로 타격을 입는다면 신동빈 회장의 ‘2세대 구상’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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