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정부가 통신사 간 과열된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핵심 조항이다. 가장 최근까지도 "단통법이 가계통신비를 줄이고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면서 지속적으로 단통법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던 정부가, 단통법 도입 20개월 만에 입장을 선회한 만큼 업계에 논란이 예상된다.
9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단말기 출고가 이하로 바꾸는 등 단통법 개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체 회의에서 해당 고시 개정을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금 상한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방통위 고시 개정으로 바꿀 수 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을 33만원으로 정하고 그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이는 단통법의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 지원금을 단말기 출고가 이하로 수정한다는 것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뜻하고, 이는 결국 단통법 또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원금 상한제는 법 시행 3년 뒤(2017년 10월)에 자동 일몰된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1년 이상 앞당겨지는 셈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이통사들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보조금 난립'을 막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 정책에 개입해 시장 경쟁을 막고, 정작 지원금이 줄어들어 단말기 값이 비싸졌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이통사들이 지원금 상한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절약,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불구,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원금 상한제는 통신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단통법의 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정책방향 선회가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을 두고, 내수진작이 급한 정부가 침체된 국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상한제 폐지'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원금 상한제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였다는 것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3월에도 청와대 미래수석실 주재 회의에서 단통법 개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 관련 문제는 방통위 소관이기 때문에 답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방통위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지원금 상한제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종일 뒤숭숭했다. 특히 이동통신사, 제조사, 유통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여 통신시장에 큰 논란이 예상된다.
단말기 제조사와 유통점은 지원금 경쟁이 불붙으면서 실구매 비용이 낮아져 단말기 판매가 증가하는 등 "시장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환영'을 나타냈다. 제조사들은 앞서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지원금 상한제로 마케팅 비용을 아꼈던 통신사는 '울상'이다. 또다시 지원금을 내건 고객 유치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단통법 조기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조기 폐지하는 것에 대해 "다시 통신기기 시장은 정글로 바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단통법에 의해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둔 건 가계비 절감 차원"이라면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