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측은 8일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지난 5월 19일 방송된 최진기 강사의 '조선미술사' 강의 편에서 잘못된 정보가 방송된 점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며 "방송 중 오원 장승업의 '군마도'로 소개된 작품은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강사 및 제작진 모두 사전 검증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노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승업의 또 다른 작품으로 소개된 '파초'의 경우, 현재 개인 소장 중인 작품과 대조 확인이 어려워 논란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 본방송 이후 편집을 통해 삭제된 부분"이라며 "'군마도' 역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시청자 분들의 지적에 감사드리며, 방송에 앞서 보다 철저하게 자료 검증을 거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 점 거듭 사과드립니다"라며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양질의 방송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앞서 논란이 된 방송이 나간 뒤 한국미술사 연구자 황정수 씨는 최근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라는 글을 통해 최진기 강사의 미술사 정보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 씨는 글을 통해 "그(최진기)의 강의 대부분이 미술에 관한 인문학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초 공부가 되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장승업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예로 김기창의 말 그림과 장승업의 말 그림이라는 것을 비교하면서 예시했다. 장승업의 그림이라는 것은 10여 마리의 말이 뛰고 있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그림 공부를 한 필자는 순간 당황하였다. '장승업이 이런 말 그림도 그렸나? 저것이 장승업의 그림이야?' 순간 얼얼했다. 그가 예로 든 말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 아니다. 현대동양화가 중 한 명의 말 그림이었다. 서울 어느 대학을 퇴직해 아직도 생존해있는 이모 교수의 그림이었다."
이어 황 씨는 "더구나 그가 장승업의 작품이라고 소개한 파초 그림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온 것인지 보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한다"며 "그는 현대에 그린 수묵화의 일종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한 작품을 세워 놓고 '전체를 안 그리고 부분만 잘라 표현한 파격적인 구도로, 잎과 줄기의 구분이 없고, 농담을 이용하여 과감한 빠른 붓질을 이용하여 빨리 그린 천재화가 장승업의 작품'이라며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이 작품이 도대체 누구의 작품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나 자료를 찾아보아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추측으로는 현대 동양화가의 빠른 필력으로 그린 수묵화 같은데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이 작품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과 관계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승업을 소재로 한 영화의 소품으로 쓰였거나 영화에 대필화가로 참여한 화가의 작품이라면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될 만 하였다."
황 씨는 "이 방송을 보고 조선 시대의 미술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새로운 지식'은 이제 어찌해야 하나? 감동이 강하면 고쳐지기 힘들 텐데 큰일"이라며 "이제라도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오류가 있었음을 공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화가 장승업을 웃음거리로 만든 잘못을 시인하고, 방송사의 공익성을 훼손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어쩌다 어른'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자신을 '미술사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시청자는 8일 "방송을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최진기는 미술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했을지 의문이 드네요"라며 "은근 다른 작가들을 후려치며 장승업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저 작품이 장승업의 것이 아닌지도 모르면서 어찌 저런 말을 하는지 참으로 의아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뉴스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은 그 그림들을 장승업의 작품으로 알고 있을 텐데 참 안타깝다"며 "다음 번 강의에는 관련 분야에서 오래 연구하신 분이 나오셔서 논란과 실수 없는 방송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