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인간다운 삶 위한 최소조건"

민주노총, 최저임금 당사자 기자간담회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당사자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홈플러스 계산원 권혜선 씨, 계약직 학원강사 조은별 씨, 민주노총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직전략실장, 청소노동자 엄동호 씨, 우정사업본부 이중원 씨, 학교당직기사 오한성 씨. (사진=김광일 기자)
#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두어달에 1번 정도 영화보는 게 전부고, 미용실은 1년에 한 번 가고 있어요. 한달에 70만원쯤 벌어 월세에 공과금 내고 나면 20만원쯤 남는데 외식 같은 건 부담스럽죠" (휴학생 조은별(21·여) 씨)

# "마트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이 많다보니 한달에 3~4번씩은 꼭 경조사가 잡혀요. 돈이 있어야 주위에 있는 사람도 챙기고 하는데 없는 걸 어떡해요. 부산 친정에도 잘 못 내려가요. (홈플러스 계산원 권혜선(56·여) 씨)

# "학교에 24시간 버티고 있는데 수당은 5시간 분만 받아요. 그렇게 일주일 내내 밖에 못 나가고 근무하게 하면서 밥 한 그릇 안 주는 게 어느 나라 근로계약인가요? 이건 인권 학대죠. 노예도 이렇게는 안 해요" (학교 야간당직기사 오한성(76) 씨)

# "아이 셋 키우면서 한 번도 학원엘 못 보냈어요. 하루 12시간씩 연장근무하고 주말 연휴 다 반납하고 일하는데 도대체 5천만원 빚은 줄지를 않네요" (우정사업본부노동자 이중원 씨)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공개하고 2017년 적용되는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당사자들과 민주노총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은 돈이 아닌 인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6030원인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의 한 보습학원에서 계약직 강사로 근무하는 조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한 휴학을 반복하면서 아직 대학에 3학기밖에 다니지 않았는데 대출금이 천만원에 육박한다. 조 씨는 "20대 후반에 취업해서 갚는다고 해도 5~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주변에는 학자금 돌려막다가 5천만원까지 빚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서 16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 씨는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게 됐다. 권 씨는 "친정에도 자주 못 내려가다보니 친척들 사이에서도 면목이 없다"며 "솔직히 최저시급 1만원이 아니라 7천원만 돼도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부족한 월급 때문에 가장 먼저 포기하는 생활요소에 대해 △자기계발 △경조사비 △문화생활 △대출상환 △부모와 자녀 용돈 등을 꼽았다.

민주노총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전략실장은 "정부는 사회관계를 다 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고 있다"며 "가족간 유대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문화생활 비용 등이 앞으로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