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사드 배치 필요'와 '배치 반대'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배치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 이어 베이징에서 6~7일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시아안보회의에 이어 미중 전략경제대화 기간에 별도의 '안보 대화'를 열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에 '결연한 반대 입장'을 재차 표명하는 등 공조를 과시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회의 기간 열리는 한미 장관회담에서) 한민구 장관과 사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사드 공론화에 다시 불을 붙였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孫建國·상장) 부참모장은 5일 아시아안보회의 주제연설에서 "사드 배치는 지역의 안정을 잠식할 것"이라며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국제회의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한미 양국이 구성한 공동실무단에서 배치 시기와 장소, 비용 등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중이다.
◇ 사드 배치 시기, 장소 관측 분분…국방부 "결론 낼 단계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대구와 평택 또는 전자파의 유해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강원 산간지역 등이 사드 배치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관측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사드 배치 계획은 한·미간 최종적인 의견 조율과 중국에 대한 설득작업 등을 거쳐 오는 10월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공동실무단에서 협의가 진행중인 사안이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단이 가동된 이후 (사드)배치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 협의가 진행중인 과정이며, 지금은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는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라며 이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한·미 양국은 공동실무단의 최종 협의 결과가 나오면 양국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데 이어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서자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대 '북한용'임을 수차례 밝히면서 중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중국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추진되고 있는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중국,러시아 등 주변 열강들이 적극 개입하면서 강대국간 파워게임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의 전략적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다" 며 "우리가 주권과 국익, 안보이익을 중심으로 입장을 분명히 정한 이후에는 미중과 함께 전략적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