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부르는 '아트 숙소' 11곳

신간 '에어비앤비서울 아트숙소 11', 임지선 지음

신간 '에어비앤비 서울 아트숙소 11'에서 저자는 서울 및 근교의 개성 넘치는 에어비앤비 숙소 11곳을 소개한다.

한겨레신문 기자인 저자 임지선이 서울, 경기 지역 11곳의 아트숙소를 방문하고 집주인들을 만나며 마음속으로 정의내린 ‘아트숙소’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집주인의 취향과 추억과 감흥이 살아 숨 쉬는 숙소라는 의미다. 에어비앤비가 추천한 아트숙소는 모두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며 구석구석까지 쓸고 닦고 매만진 공간이었다. 그저 단정하게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감흥, 상상력을 불어넣고 취향을 입힌 공간이었다. 때문에 세련되고 깔끔하지만 획일적인 공간인 호텔방과 달리 ‘아트숙소’는 살아 숨 쉬었다.

둘째, 이익을 계산하는 차가운 머리보다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가슴이 우선인 공간이었다. 자신의 집에 온 여행자를 위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고 지도를 보며 여행 계획을 함께 짜고 밤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을 해주는 숙소와 사람들. 사람을 향한 신뢰,순수한 마음이 살아 있는 모습은 예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으로


건축가인 부부는 자신들이 설계한 공간에 자신들이 만든 가구를 배치한 쇼룸형 게스트하우스를 꿈꿨다. 하지만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페이스북을 하다가 에어비앤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취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고 그들이 생각한 바로 그거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호스트로 등록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변화의 물결에 자연스럽게 올라탄 기분이 들었다. - P115

서울의 중심부, 서촌에 있는 기비하우스는 지금껏 내가 경험해본 곳 중에 가장 귀엽고 안락한 한옥이다.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 외양의 대문을 밀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귀여운 한옥이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기자기한 구조부터 곳곳에 있는 작은 새 모티브의 인테리어까지, 기비하우스는 ‘귀여움’ 그 자체였다. 동시에 ‘안락함’이기도 했다. 그 집에 다녀온 뒤 지금까지도 나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기비하우스의 거실에 앉아, 집 안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작은 정원을 내다보며 차를 마시던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아담한 정원과 그 위로 펼쳐진 하늘, 하늘 끝에 살짝 걸친 산자락, 새하얀 이부자리, 창호지 문. 그리고 오롯이 서로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까지! - P123

자신보다 어린 여성 여행자들이 행여나 해코지라도 당할까 하는 마음에 발동하는 오지랖도 있다. “늦은 시간까지 연락도 없이 안 들어오면 걱정돼요. 찾으러 나가죠.” 이쯤되면 집주인이나 숙소 주인이라고만 부를 수 없다. 집 주변 맛집이나 관광지를 못 찾을까 봐 아예 지도도 제작해서 준다고 한다.
저녁 시간인데 여행자가 방에 있으면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요즘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치맥’을 함께 하기도 한다. 이 언니들의 성격을 고려할 때 거실에 10인용 탁자를 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덕분에 집 안 모든 이들이 언제든 둘러앉아 먹고 놀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집에는 한 번 왔던 이들이 자꾸만 다시 온다. 영국의 한 재즈 뮤지션은 벌써 여섯 번을 왔다 갔다. 그는 이들을 ‘한국 엄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 만난 여행자도 여러 번 온 손님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식구를 늘려가고 있었다. - P164

이야기를 나누는데 홍콩에서 온 배낭여행자가 공항에 간다고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남편은 싱글벙글 지하철역까지 좀 데려다 주고 오겠다고 나간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은 거의 배낭여행자이니 하나하나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다들 젊고 긍정적이고. 그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도움을 주면서 큰 활력을 얻습니다. 그들의 기운으로 이 집에 에너지가 넘쳐요.”
여행자에게 마음이 열린 것이 먼저였는지, 여행자들이 집주인 부부에게 활력을 준 것이 먼저였는지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집에서 집주인과 방문자가 좋은 기운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중년 부부가 꿈을 담아 지은 집에 여행자들도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나누며 살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 P185

디자이너의 집이라는 설명 때문인지, 집을 숙소로 제공해온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디자인, 건축, 예술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럿 이 집을 거쳐갔다. “저희가 올려놓은 집 사진 중에, 스크린을 내려 영화를 틀어놓고 찍은 사진 한 장만 보고 단박에 숙소를 결정했다는 예술가 게스트도 있었어요. 그때 저희가 보던 영화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얄 테넌바움>이었는데 그걸 알아본 거죠. 색감과 구도에 강박적인, 디자이너가 찍은 것 같은 영화니까요.”
취향이 비슷한 손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부부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숙소를 꾸미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숙소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그때 느낀 거죠. 아, 우리가 좋아하면우리의 취향을 좋아하는 손님이 오게 되겠구나. 우리 취향을 좋아하는 손님이 전 세계에 하나쯤은 있겠구나!” - P221

임지선 지음/미래의창/22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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