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식빙정 강빙정…식사정치 강의정치 유행"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요즘 정치권에서는 2개의 정치가 있습니다. 보이는 정치와 보이지 않는 정치. 예를 들어서 원구성 협상, 혁신비대위 구성, 이런 게 보이는 정치구요. 식사정치, 강연정치, 잠행정치, 이런 게 보이지 않는 정치입니다. 한마디로 물밑 정치죠. 보이지 않는 정치, 이게 더 요즘 재밌습니다. 이 물밑 정치의 행간을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보이지 않는 정치, 식사정치, 강연정치라고 하셨나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이른바 '식빙정, 강빙정'입니다. 식사를 빙자한 정치, 식빙정, 그리고 강의를 빙자한 정치, 강빙정.

먼저, 식빙정, 식사정치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요. 김 전 대표는 최근 원내외 인사들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정국 현안을 논의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수도권 비박계 의원들을 만났구요. 그 전에는 총선 낙선자들과 만찬을 가졌죠. 친박계 구심이라는 최경환 의원은 요 며칠 사이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정말 식사만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설명이 뒤따랐구요.

다음으로 강빙정, 강의정치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사흘 전 성균관대 특강이 있었죠. 겉보기에는 그냥 강연과 다르지 않았지만, 발언 내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5.16은 쿠데타"라는 말을 주저 없이 했구요. 이걸 신호탄으로 온라인 정치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4개월 만에 SNS에 인사글 올려서 "지난 몇 달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그 다음은 잠행정치입니다. 시민으로 돌아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잠행정치를 하고 있죠. 정치는 정치인데, 잠행하듯이 드러내지 않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비공개 일정이라고 하는데도 어디 갔는지 꼭 보도되는 것도 재밌구요.

◇ 김현정> 잠룡들의 식사정치, 강의정치, 잠행정치,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너무 빨리 붙붙었다"입니다.

대선 레이스, 대선열기가 너무 빨리 불붙었다는 뜻인데요. 원래는 당내 경선을 하면서 서서히 열기가 달궈지다가, 경선의 승자가 대선 6개월쯤 남겨두고 불을 확 당기는 거거든요. 그래야 대선 열기에 불이 확 붙게 되는 거죠. 근데 이번 대선은 양상이 다릅니다. 이게 다 반기문 효과 때문인데요. 반기문 총장이 치고 나가니까, 가만히 있자니 존재감 없어지고, 나서자니 너무 이른 감이 있는 거죠. 그래서 ‘뭔가 빙자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말이야 뭐 낙선한 의원들 위로하려고, 당선한 의원들 축하해주려고, 지역 의원들 단합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갖가지 핑계로 의원들과 밥을 먹지만, 그냥 밥만 먹었겠습니까? 밥 먹으면서 뭔가를 자꾸 흘리는데, 그게 바로 ‘권력의지’입니다. 강연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연 중간중간에 현 정부 비판도 좀 넣고, 새로운 보수상도 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를 하는 거죠. 대권도전의 꿈도 살짝 내비치면서 말이죠. 수수한 옷차림으로 보름 만에 전국 6개 다니면서 사람 만나는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죠.

◇ 김현정> 물밑정치하는 잠룡들, 행간 또 있다면?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그렇다고 너무 나댈 수도 없다"입니다.

사실 이게 바로 잠룡들의 최대 고민거리죠. 내년 대선까지 1년 6개월 남은 상황이라,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이르죠. 반기문 총장은 자기 정치하고 해외로 가면 그만이지만, 잠룡들은 다릅니다. 행보 하나하나가 다 공개되기 때문이죠. 자칫 너무 빨리 나댔다간 지지율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세력의 심한 견제와 집중포화 맞아서 오히려 힘이 빠지고 국민들 실망감 커질 수 있다는 거죠. 어쩌면 반기문 총장도 너무 빨리 전면에 나선 느낌입니다. 왜냐? 조만간 본격적인 검증 시작되면. 가족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리게 되거든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 거죠. 옛날 고건, 정운찬, 문국현, 정몽준, 모두 너무 빨리 뛰어서, 너무 욕심내서, 제풀에 지쳐서, 결국 대권에 실패한 케이스들입니다.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대권 행보라는 걸 눈치는 챌 수 있게, 어떤 것을 빙자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 김현정> 마지막으로 행간 또 있다면?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피해자 코스프레가 계속 될 것이다" 입니다.

요즘 잠룡들의 행보를 유심히 살펴보면, 다 피해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대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도 못했다"고 밝혔죠. 자신은 잘해 보려고 했는데, 청와대 때문에, 이한구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승민 의원은 복당도 못하는 모습 그 자체가 피해자 이미지를 낳고 있죠. 대통령한테 찍히게 된 결정적인 단어, "대한민국 헌법 1조" 발언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나는 공화주의자다. 헌법을 지키려 했다", 이렇게 강조하면서 집권 보수세력을 겨냥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가 필요하다", 이렇게 각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잠룡들은 이렇게 피해자 모습을 보이면서, 은근슬쩍 대통령과 각을 세워갈 것으로 보입니다. "난 피해자가 됐지만 억울한 피해자 만들지 않겠다", 이런 자기 정치들이 계속되면서 당연히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할 것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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