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서 구의역까지…청춘은 폭발 중"

[포스트잇 추모] 애도, 호소, 공감, 저항의 메시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 청년이 밥 먹을 새도 없이 일하다 숨진 구의역. 그곳에는 지금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포스트잇 메모들이 빼곡히 붙고 있습니다. 그 글들을 보면요. '지하철 굉음이 너의 비명소리처럼 들린다.'라든지 '이번에는 내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런 글귀까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얼마 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그 현장에도 추모의 포스트잇이 벽면 한가득 붙었던 거 여러분 기억하시죠.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풍경인데요. 이 포스트잇 추모에 담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연결해 보죠. 곽 교수님 나와 계세요?

◆ 곽금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좀 놀랐어요. 강남역에 이어서 이번 구의역에서도 보이는 이 수많은 포스트잇. 이게 억지로 시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시민들의 마음은 뭘까요?

◆ 곽금주> 일단은 애도하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고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꽃을 희생자들 있는 거리라든지 이런 데 두는 것들로 많이 일어났죠. 그런데 우리 경우는 새로 시작된 것 같아요. 뭔가를 표시하고 싶고 그걸 기리고 싶은 어떤 상징처럼 사용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포스트잇이에요. 자신의 생각을 감정을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거잖아요.

◇ 김현정> 훨씬 더 적극적인 형태인 거죠, 리본과 촛불보다도?

◆ 곽금주> 그렇죠. 훨씬 각자의 생각들을 여기다 적게 되고요. 그러니까 단순히 그냥 애도, 추모를 떠나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우리 사회의 이 답답함에 대해서 호소하고 뭔가 반항하고 저항하고 전달하고 이런 메시지가 들어 있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 대중들이 뭔가 자신을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런 욕구가 강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SNS라든지 인터넷상에서도 자신의 생각들을 뭔가를 표현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 수많은 포스트잇들 중에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셨어요?

◆ 곽금주> 지금 이걸 많이 쓰는 지금 대상들이 젊은층이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곽금주> 20대, 30대. 그래서 그들이 얘기하고 싶은 게 더 크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고요. ‘청춘은 쓰고 버려지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메모가 있었는데, 그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청년들의 심리가 굉장히 암울하고 답답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스크린도어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저하고 정확히 똑같은 문구에서 감동을 받으셨네요. 저도 ‘청춘은 쓰고 버려지는 기계가 아니다.’ 이 문구가 유독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 곽금주> 그렇죠.

◇ 김현정>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2030세대가.

◆ 곽금주> 아마도 같은 느낌을 가진다는 겁니다. 지금 세대들이 어느 세대보다도 가장 불안을 느끼는 세대거든요. 또 자기 미래에 대해서 불안정하다든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사회도 안전하지도 못하고 저 죽음을 내가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많은 피해자들이 또 자기 또래예요. 그래서 이 청춘을 지켜주지 못한 그런 사회에 대해서 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그런 공감, 동질감 이러한 것들 때문에 더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들이 더 많이 추모를 하게 되고 더 많은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구의역 청년 같은 경우에는 이번 2월에 졸업한 취업한 지는 7개월밖에 안 된 청년이었단 말이에요. 아니, 이 청년이 취업하고 나서 얼마나 기뻤을까... 컵라면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밥 먹을 새 없이 일하면서도 얼마나 취업을 하는 데 기뻤을까, 이 처지가 어땠을까 여기에 감정이입이 되나 봅니다, 2030들은.

◆ 곽금주>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서 더 많이 아파하고 있는데 그런데 신조어 중에 하나가 헬조선, 흙수저 이런 것도 있지 않습니까?

◆ 곽금주> 네.

◇ 김현정> 상당히 자괴감이 묻어 있는 표현이었는데 그것과는 이 포스트잇 추모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곽금주> 이런 자괴감이란 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는 것에 관한 거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사진=SNS 캡처)
◆ 곽금주> 그래서 이미 절망을 해버리고 아예 자포자기해 버리는 거죠. 뭔가 절망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지금 이번 일들은 더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한번 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바라봐라 이게 진정 제대로 된 나라냐. 이렇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에 대해서, 조금 더 과감하게 저항을 하고 메시지를 호소하고 이런다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헬조선, 이민 가고 싶다, 아몰랑.’에 나아가서 우리가 추모의 글을 붙이면서 뭔가 적극적으로 사회를 바꿔보자라는 이런 변화이다? 저는 보면서 한 가지 더 느낌이 왔던 게 아직 우리 사회 정의라는 게 그래도 남아 있구나, 공감능력이 살아 있구나 이런 좀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있었어요. 구의역 수리공 청년이 밥 먹을 새가 없어서 컵라면을 들고 다니며 먹었다는 게 알려지자 그 사고현장에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하면서 먹을 걸 갖다준 분들이 그렇게 많았다면서요.

◆ 곽금주> 공감을 할 수 있고 또 뭔가 안됐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이러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청춘은 쓰고 버려지는 기계가 아니고 아직도 이들이 살아 있고 아직도 이들이 뭔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좀 사회가 더 반응을 해 주고 이들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하지 말고 뭔가 끌어안아주고 대처를 마련하고 그 이전에 예방책도 마련하고 적극적인 그런 정부의 노력 같은 게 좀 나와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좋은 부분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이런 현상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이런 추모현장마다 비슷한 풍경이 이어질까요?

◆ 곽금주> 아마도 이러한 비슷한 현상은 일어나겠지만 제 생각에는 또 다른 형태로 추모현상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계속 달라지면서 지속적인 그런 목소리를 내고 이게 바로 대중의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추모의 풍경도 점점 진화한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여기까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곽금주 교수님 고맙습니다.

◆ 곽금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강남역에서 구의역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포스트잇 추모 풍경. 그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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