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는 장애학생 간 성폭행을 은폐했을까?

전주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논란…검, 은폐 혐의 여교사 혐의없음 처분

지난 2013년 7월 장애학생 간 성폭행과 교사들의 은폐 논란이 일었던 전주의 한 특수학교.
전북 전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3년 전 불거진 장애학생 간 성폭력 논란은 교사들의 은폐 의혹으로 번지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여교사 C(46) 씨는 사건을 은폐한 혐의를 받으며 도교육청으로부터 정직과 강제전보 조치를 당했고,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C 교사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C 교사가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오면서 공은 징계를 내린 도교육청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 범죄자가 된 목격자

사건은 2013년 7월 11일 전주의 한 특수학교 교실 자율학습 시간에 불거졌다. 학생 5명이 자습을 하고 있던 교실에서 여학생(당시18·중복장애)이 남학생(당시19·중복장애)을 성폭행했다는 것.

당시 상황을 목격한 C 교사는 "남학생이 의자에 앉아 있고, 여학생은 옆에서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로 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도교육청 보고와 수사기관 조사에서도 일관된 진술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학교와 도교육청 조사 과정에서 "남학생이 바지를 벗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여학생이 바지를 벗은 채 남학생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며 여학생이 남학생을 성폭행한 것으로 바뀌었다.

당초 남학생이 가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가 상황이 바뀌자 남학생 부모의 강력한 항의도 이어졌다.

일련의 상황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C 교사는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 축소해 보고한 셈이 됐고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성립됐다.

◇ 뒤틀린 진술, 엇갈린 진실


'여학생이 바지를 벗은 채 남학생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는 말이 나온 경위에 대해 C 교사는 "사건 발생 뒤 학교 회의 과정에서 그런 추측성 발언이 나왔고, 이 내용이 남학생 부모에게 잘못 전달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남학생의 부모는 학교의 조사결과가 석연치 않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도교육청의 특별감사가 진행됐다.

남학생의 부모는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쯤 지나 아들이 사건의 전말을 수화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자신은) 바지를 벗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여학생이 바지와 팬티를 벗고 무릎 위로 올라탔고, 이때 C 교사가 이 장면을 보고 (자신을) 때려서 울었다"는 것이었다.

사건 발생 3개월여 만인 2013년 10월 특수학교 교장과 담임교사는 3차 사안보고서를 작성해 도교육청에 보냈다. 3차 보고서는 1, 2차 보고서와는 달리 남학생 부모가 밝힌 내용을 거의 대부분 담고 있었다.

이 보고서 등에 따라 C 교사는 2015년 8월 도교육청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고, 다른 지역 학교로 강제 전보됐다.

그러나 3차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남학생 부모가 입회했고, 담임교사 등은 난감했지만 부모가 원하는 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청을 향한 외침

징계가 나기 전 C 교사는 3차 사안보고서가 남학생 부모의 주도로 작성된 것이라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도교육청은 보고서 내용이 경찰 수사결과와 같다며 3차 보고서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를 밝힐 방법이 없던 C 교사에게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도교육청이 진행한 검찰 고발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전주지검은 최근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에 성적인 신체접촉이 있었고, 그 신체접촉 모습을 C 교사가 직접 목격했거나 다른 피의자들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C 교사 등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C 교사 등이 일관된 진술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지적장애 등 중복장애가 있고 여러 정황 상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3차 사안보고 작성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C 교사는 "교육청이 누군가의 근거없는 말만 믿고 교사에게 이를 반박할 증거를 대라고 몰아붙이면 교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 사건이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인 학교장과 교육청의 역할을 되새기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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