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올려도 친환경차 크게 늘지 않는다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일 목적으로 경유가격을 올려도 경유차 감소→친환경차 증가→대기질 개선이라는 선순환적 정책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유가격을 올려도 경유차가 대폭 감소하기 어렵고, 경유차를 대체할 친환경차의 물량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유차를 지목하고 경유가격 인상 등 경유차 규제안을 준비 중이다.

관건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하는 경유차가 경유가격 인상으로 얼마나 감소하느냐 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규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하겠지만 정부가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려도 경유차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유가격을 아무리 인상한다고 해도 해도 휘발유(가솔린)보다 비싸게 할 수 없다면, 연비가 휘발유차보다 30% 정도 좋은 경유차의 매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일각에 알려진 것처럼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율을 기존의 100대 85에서 95대 90 정도로 조정할 경우,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가 4%로 줄어들지만, 경유차의 연비가 30% 가량 좋은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종전처럼 경유차를 선택할 유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해 60만대 정도 팔리는 경유차를 대체할 친환경차가 마땅치 않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을 달지 않아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이지만,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91Km(현대차의 아이오닉 전기차)로 한계가 있는데다 공공 충전시설 등 기반이 워낙 부족해 증가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기차 1대당 12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전기차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 들어 4월까지 팔린 전기차(수입차 포함)는 4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9대보다 15대나 적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8천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목표량의 절반도 채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한 대당 백만원하는 보조금 예산이 올해 304억원 3만 400대로 정해져 있다. 예산을 더 투입하지 않는 이상 하이브리드 차의 물량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지원금 정책으로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아직 자생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차종으로 봐도 최근 인기를 모으는 SUV차는 경유차가 주도하는데, 현재 국산 하이브리드 SUV는 기아차의 소형 SUV '니로' 하나뿐이다.

한마디로 경유차를 대체할 친환경차의 토대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친환경차의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경유차 규제로 휘발유차로 이동하는 수요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미세먼지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는 등 대기질 오염 물질 발생의 풍선효과로 이어져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과 확대는 사실 환경부의 업무인데, 이런 토대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경유차 규제가 대기질 개선이라는 정책 효과를 얼마나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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