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묻지마 살인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집 나가면 범죄 희생양…범죄 예방 등 대책 필요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철역 주변과 도심 한복판, 등산로 등 집 밖 어디서든 묻지마 범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최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기승을 부리는 무차별 공격 범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의자 김 모 씨 (사진=박종민 기자)
◇ 보름 새 4건…무고한 시민만 희생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주요 도심에서 5월 중순 이후에만 4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7일 새벽 1시 5분쯤 발생한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조현병으로 여성에 대한 망상에 시달린 김 모(34) 씨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살해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25일 부산에선 정신장애를 앓는 김 모(52) 씨가 도심 대로변에서 가로수 버팀목을 뽑아 길을 가던 70대와 20대 여성을 마구 때려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도 이 모(49) 씨가 2호선 지하철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29일 새벽 5시 반쯤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이 최근 교도소에서 출소한 김 모(61) 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노숙생활을 해오던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새벽에 처음 만나는 등산객을 살인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범행 이유를 진술했다.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61)씨 (사진=노원경찰서 제공)
◇ 집 나가면 범죄 노출 걱정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묻지마 범죄는 강남역 사건처럼 언제든 범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흔히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동작구 대학가에서 만난 함소연(24·여) 씨는 "예전에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갔는데 이제는 이어폰을 빼고 계속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나홀로 등산족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매일 아침 혼자 집 근처 관악산에 오르는 이모(62·여·관악구) 씨는 '나홀로 등산'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이제는 무서워서 새벽에 혼자 등산 가는 건 못하겠다"고 말했다.

여대생들은 귀가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숭실대 재학 중인 임희원(22·여·경기 구리시) 씨는 "이전까지 통금시간을 잘 지키지 않다가 이제는 스스로 한 시간 일찍 들어가게 됐다"면서 "친구들끼리 암묵적으로 알아서 술자리 일찍 마치게 된다"고 말했다.

◇ 단발성 정부 대책 효과'無'…예방책 필요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는 동기가 불분명하고 범인과 범행 목표에 대한 연관성이 떨어져 경찰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국대 이웅혁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 사건이 등산로에서 발생하면 등산로 정비 관련 정책이, 화장실에서 발생하면 화장실 리모델링 관련 정책이 나오는 등 정부의 단발성 정책이 문제"라며 "정부책임자가 나서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 해결을 위해선 예방책이 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대상에 대한 범죄인 만큼 이들을 조기 발견하고 사회적시스템으로 관리를 해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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