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새겨진 책장에 산구름이 드리웠네", 전통 목가구·공예 전시

이화여대 박물관, 5.31~12.31

시가 새겨진 사층 책탁자, 조선 19세기, 오동나무, 가래나무,높이 118.4cm, 이대박물관 소장.
19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사층 책탁자에 새겨진 시가 눈길을 끈다. 높이도 낮고 폭도 좁아 소담한 형태를 지닌 작은 책탁자로 오동나무로 장식 없이 소박하게 제작되었다. 작은 규모와는 대조적으로 2층과 4층의 각 4개의 작은 문짝들에는 예서체의 오언율시가 가득 음각되어 있어 짙은 문기文氣를 풍긴다. 이처럼 탁자 전면에 시를 조각한 예는 많지 않다.


맑은 시내 흰 돌 위 山溪白石上
버드나무 그늘 아래 낚시 드리우고 앉으니 垂釣坐柳陰
뭇 산소리들 시끄럽게 뒤얽혀도 群籟 雖參差
좋은 옥돌 더할 수 없이 친숙하구나 適玖無比親
산 그림자 집 안에 드리우고 山影富戶入
꽃이슬 벼루 위에 떨어지니 花露落硏香
크구나 造化의 功이여 大矣造化功
만 가지 다른 것들이 고르지 않은 게 없구나 萬殊莫不均
뜨락 꽃들 다투어 피니 一院花爭發
향그러운 빛깔 閑人을 희롱하는 구나 香色僚閑人
하루내 일없이 앉아 있으니 鎭日無事坐
산구름도 역시 무심하구나 峀雲亦無心
너는 산 속에서 왔을 터인데 爾從山中來
호수로 언제 떠났나 早晩發天目
바람과 달 속에 아름다운 회포 많으니 風月多佳懷
산 위에 오르면 한가롭겠지 登臨意自閒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은 개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소장품 특별전으로 '목木·공工' 전을 연다. 이 전시회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었던 전통 목가구와 목공 소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문인 사랑방의 탁자와 서안 그리고 각종 문방소품, 여인의 내실에서 사용했던 장롱이나 문갑, 빗접과 좌경, 주방에서 사용되었던 찬장과 소반 등 다양하다.

이번 전시는 '탁자와 서안', '목공 소품', '장과 농', '소반', '궤와 함'의 5개의 주제로 구분해 나무 본연의 물성과 조형미, 그리고 역사성을 펼쳐보인다.

이밖에 디지털 매체의 활용해 여러 목재와 제작 도구, 특히 나전칠기와 화각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견본품을 마련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전시기간 : 5월 31일 –12월 31일
▲전시장소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
▲전시유물 : <시명사층 책탁자>, <의걸이장>, <나전주칠 삼층장>, <소반> 등 100여 점
▲관람시간 : 월~토 9:30~17:00/무료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