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은 26일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주민 A(74) 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9일 청송군의 한 마을회관에서 메소밀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2명이 사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앞둔 주민 A 씨가 동일한 농약을 마시고 숨지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포함해 농약 및 유전자 감정 결과를 토대로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A 씨가 숨지면서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 같은 농약 마셔 숨진 주민 유력 용의자로
경찰은 지금까지의 정황과 사실 관계를 볼 때 A 씨를 피의자로 보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A 씨는 마을회관 음독 사건 발생 22일 후인 지난 3월 31일 오전 8시쯤 자신의 축사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기동대 등을 동원해 사건과 관련된 마을 주민 49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던 단계였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A 씨에게는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혈액에서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
또 A 씨가 마신 것으로 추정된 음료수 병에서는 메소밀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A 씨가 평소 지병도 없고 자살할 만한 별다른 동기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A 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달 14일 A 씨가 마신 농약 성분은 마을회관 농약 소주의 성분과 일치하고, H업체가 제조한 동일 제품이라는 국과수 감정이 나왔다.
해당 농약은 지난 2010년 3월 제조된 것으로 A 씨는 그 해 8월 청송 지역 농약 판매점에서 H사 농약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마을에서 농약 11병을 수거했지만 이는 마을회관 농약 소주와 성분이 상이한 다른 업체 제품이었다.
또 하필 A 씨가 숨진 날은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예정된 당일이었다.
A 씨는 먼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은 부인에게 질문 내용 등을 상세히 캐묻는가 하면 거짓말 탐지기 조사 대상 통보를 받은 후 줄곧 불안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과 정황 증거에 따라 경찰은 A 씨를 피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종결했지만, 그가 왜 마을회관 소주에 농약을 타 사상자를 냈는가에 대한 범행 동기는 풀지 못했다.
다만 A 씨가 평소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수시로 화투판을 벌이는 것에 불만을 품어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자신의 부인이 화투놀이를 즐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봐왔다"고 밝혔다.
A 씨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 대상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찰은 또 농약 소주를 마시고 사상한 주민 2명과 A씨 사이에 갈등 관계나 원한 감정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피의자로 지목된 A 씨가 숨진 상황에서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본인만이 밝힐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또 "A 씨가 숨진 이후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A 씨 외에 다른 용의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력한 용의자가 숨지면서 범행 시점과 방법, 동기 등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숨진 A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