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상시 청문회법' 180도 입장 바뀐 정종섭의 궤변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통과시킨 '상시 청문회법'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여당은 부작용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야당은 상시 청문회가 국회 본래기능을 살리는 일인데다가, '소관 현안 조사'라는 조항을 추가해 모호하던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상시 청문회법' 제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안'이라는 이유로 위원회 과반이 찬성하면 청문회를 열수 있는데다가 국정 전 분야에 포괄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국회가 '조사'라는 이유로 전체 국민과 국가 이익을 위한 정책이나 대외비 정책수립 과정까지 일상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위헌 주장에 힘을 실어준 사람은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된 다음날인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상시 청문회법'의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정 당선자는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면서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정책이나 업무 조항부터 수사기관의 수사와 재판,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등 모든 국가 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국가기능 자체가 소관 현안 청문회로 인해 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당선자는 서울대 법대 학장과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헌법학자로 박근혜 대통령에 발탁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대구 동갑에 당선된 대표적 진박 인사로 '상시 청문회법' 저지에 총대를 매고 나섰다.

그러나 정 당선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지금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05년 4월, 현재와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열린 국회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합헌'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제 정부 형태라도 국정운영 중심은 대통령에서 국회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24시간 국회 모든 위원회에서 입법, 인사, 국정통제와 관련해 조사위원회와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바가 있다.

정 당선자의 조사 청문회 '합헌' 주장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이 "조사 청문회 대신 국정감사 확대가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조사 청문회를 더 활성화시켜 수시적으로 하면 국정감사를 안 해도 될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정 당선자는 교수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에 이송된 청문회 활성화법을 국회 임기 만료 때까지 공포하지 않으면 '폐기되느냐', 아니면 법률로 '확정되느냐'를 놓고 논쟁이 일어났을 때도 '확정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가 행자부 장관이던 지난해 6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 강화) 파동이 벌어졌을 때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와 그가 교수시절에 쓴 '헌법학 원론' 내용이 박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야당의원의 지적을 받자 '일반이론'이라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 당선자의 청문회법 해석이 학자였을 때와 정치인이 되었을 때 정반대로 바뀐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장관으로 발탁하고 정치에 입문시킨 대통령에 대한 보답 때문에 양심마저 팽개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야말로 곡학아세 (曲學阿世)의 전형이라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정 당선자는 헌법학자로 강단에 설 때의 소신과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 되자마자 뒤바뀐 소신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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