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상시청문회법’ 논란 속 장기 해외순방

순방기간 거부권 여부 정리할 듯…일각선 ‘원격 행사’ 관측도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각각 국빈방문하기 위해 출국한다. 10박12일의 장기출장에서 박 대통령은 방문국과의 외교는 물론,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관련 입장 정리의 부담도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25∼28일), 우간다(28∼30일), 케냐(30일∼6월1일), 프랑스(6월1~4일)를 차례로 방문한 뒤 다음달 5일 귀국한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 아프리카연합(AU) 본부 방문 등 중요 외교일정이 있다.

중대 외교현안 뿐 아니라 상시청문회법 관련 현안까지 박 대통령의 어깨에 얹혀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거부권 행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직접적으로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정부도 “법이 시행되면 정부 업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청와대와의 교감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방향이 정해졌더라도 시기가 고려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기간이라도 전자결재를 통해 ‘원격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국 이후로만 거부권 행사시점을 예단하기는 무리다.


실제로 법제처의 ‘위헌성’ 결론이 신속히 나올 수 있어 순방중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법제처 관계자는 “헌법상의 15일 시한 전에는 결론이 당연히 난다”면서도 “구체 시점에는 여러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처럼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밝히고 대국민 호소에 나서려면 귀국 이후인 6월7일 국무회의가 적격이다. 그렇더라도 거부권 행사 관련 결심을 굳히는 시점은 순방기간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향과 시기가 정해진 뒤에는 사후처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 거부권 행사시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야당의 경고를 어떻게 무력화할지 대책이 요구된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 국정동력 상실 위험에 놓인다.

한편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포기해 상시청문회법 공포로 결론을 내는 경우에도 부담이 없지 않다.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한 것으로 인식될 여지, 실제 상시청문회 운영 과정에서 정략적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국내 문제’의 부담을 지고 해외순방 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6월 중국 방문 직전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해 파장이 일었고, 2014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 때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2014년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직전에는 ‘문창극 친일발언’ 논란이, 지난해 4월 중남미 순방 전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나라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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