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용변 훔쳐봤는데 무죄?…또다시 공용화장실 논란

술집 화장실서 여성 용변 몰래 본 30대 항소심에서도 무죄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또다시 화장실이 논란이다. 술집 화장실 옆 칸에서 이성이 용변 보는 모습을 훔쳐본 30대 남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어서 성폭력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알쏭달쏭 한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세간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회 통념과는 사뭇 다른 판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4년 7월 26일 오후 9시 1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술집의 실외 화장실.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는 A(26·여) 씨를 본 회사원 K(35) 씨는 음심이 동했다.

A 씨의 옆 칸 화장실로 따라 들어간 K 씨는 칸막이 사이 빈 공간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훔쳐보다 적발됐고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성적 목적 공공장소침입 혐의로 K 씨를 기소했다.

이렇다 할 처벌 조항이 없는 '성적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침입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2013년 신설된 조항에 따라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K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K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법원은 '성적 목적'보다는 '공공장소'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장실은 술집 밖에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설치돼 있고 이 술집 영업시간에 맞춰 개방, 폐쇄된다"며 "화장실이 이 술집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위해 제공되는 점을 종합하면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공공장소인 '공중화장실'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침입하는 행위'의 범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이 법령에 충실했을지는 몰라도 '당사자가 수치심만 느껴도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회통념과 일반 시민들의 법감정에는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계적이라 비판할지 몰라도 재판부는 법령에 따른 해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범죄가 다양해지고 사회 인식이 바뀌는 것처럼 관련 법령도 시대에 맞게 변경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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