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초 25일쯤 자신의 비대위원장 '겸직' 여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기 위해 당선자 및 원외 당협위원장 총회를 계획했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불신임' 성격으로 해석되자, 정 원내대표는 각 계파에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與 비대위원장 놓고 '결정 장애'
정 원내대표의 '총회' 구상이 무산된 이유는 차기 지도부 구상에 대한 계파 간 이견이 뚜렷한 상황에서 자칫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관리형' 비대위를 원하는 반면, 비박계는 '쇄신' 의제를 띄울 수 있는 '혁신형'을 바라고 있다. 전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양측의 엇갈린 계산이 깔려 있다.
정 원내대표 입장에선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자니 이미 비대위원직을 배분한 비박계의 눈치가 보이고, 자신이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자니 원내대표로 만들어준 친박계가 걸린다. 그가 양측의 주장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었다)'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에 무게를 뒀던 비박계도 '외부 비대위원장' 카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박계가 외부 비대위원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당을 쇄신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낙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김용태 의원의 혁신위원장 인선(人選) 배경으로 털어놨듯이, 상당수 명망가들이 총선 패배로 상처 입은 새누리당에 들어오기를 꺼려하고 있다.
◇ 親朴, 정말 '조기 전대' 원하나?
때문에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는 결국 출범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전당대회 시점으로 예고한 '정기국회(9월) 직전'까지 시한이 빠듯하기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되 혁신의 과제를 전대 이후로 미루는 절충안이 검토되고 있다.
'비대위 구상'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다퉜다가 휴전하기를 지루하게 반복하자, 당내에서는 "전대를 치러 어느 편의 구상이 맞는지 묻자"는 의견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조기 전대론'이다.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던진 카드의 성격이 짙지만, 비박계도 조속한 전대 실시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조기 전대의 시점으로는 '7월 말'이 거론된다. 8월에는 리우 올림픽(8월, 5일~21일) 기간과 겹치는데, 이를 피하고 나면 시한으로 잡은 9월이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막상 전대를 빨리 실시하게 되면 '총선 책임론'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친박에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가 지도부 공백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일단 '조기 전대' 주장을 펴고 있지만, 속내는 되도록 천천히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당권 주자가 여럿이기 때문에 분열돼 있는 점도 친박계에 불리한 대목이다. 현재 전대 출마자로 거론되는 친박계는 이주영,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원유철, 이정현 의원 등으로 다수인데 반해, 비박계에선 정병국 의원 정도가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