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쓴 나원이…목에 구멍 뚫어 숨 쉬어요"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나원 양 피해사례 공개

애경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피해 어린이 박나원양 가족이 23일 오후 서울 신문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목튜브제거수술을 받은 박나원 어린이는 이날 목에 스피킹밸브를 한 채 참석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목에 뚫은 구멍에 달아놓은 플라스틱 관으로 숨을 쉬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나원(5) 양은 최근 말소리를 거의 낼 수 없게 됐다.

나원 양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가득 모인 취재진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최근 갈비뼈 연골을 이용해 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하고 이날 퇴원한 나원 양은 달아놓은 관을 제거할 때까지 소리를 거의 낼 수 없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기침이나 가래가 올라오면 부모나 의료진에게 기계를 이용해 제거해달라고 알려왔으나, 이제는 고함을 질러야만 옆 사람이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쯤 뒤 관이 깔끔하게 제거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성형수술 등 여러 차례의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원 양의 어머니 김미향(34) 씨는 "나원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며 "그동안 못 갔던 수영장이나 목욕탕도 데려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어린이 박나원 양이 23일 오후 서울 신문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지루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나원 양에게 '폐 섬유화증'이 발견돼 기도를 절개하고 관을 삽입한 건 지난 2012년 12월.

앞서 2011년 쌍둥이로 태어난 나원 양과 동생 다원(5) 양을 돌보던 이모가 사용한 애경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2통이 문제가 됐다는 게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주장이다.

증세가 악화하면서 이모가 본인 때문이라며 자책하자 나원 양은 의젓하게 "이모가 그런 게 아니다"라며 "나쁜 아저씨들이 그렇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4년 만인 2015년 4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2차조사에서 '1단계' 피해 판정을 받았으나 나원 양이 사용한 제품은 검찰 수사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원료가 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

이에 따라 검찰 수사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한 옥시레킷벤키저 등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쓴 세퓨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피해자들은 CMIT·MIT 성분을 쓴 제품도 실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드러난 이후 정부가 주요 제품을 판매중지했으나 애경 제품은 빠져있었다"며 "정부가 초기대응만 잘 했다면 나원이의 경우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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