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시현, '이승만 암살 미수'로 서훈 못받아

신간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신간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되씹어보아야 할 인물과 사건 19편을 모았다. 이 책에는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허망하게 삶을 헌납당한 조선인 가미카제, 광복군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중국인 대령, '친일파 1호'라 명명될 만한 배족(背族)의 삶을 살았던 조선인 관리, 일제 강점기에 남산에 들어섰던 거대한 조선신궁 등이 생소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싸우고 15년이나 감옥살이까지 했던 김시현은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지 못했다. 거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해방 후 김시현 의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폭정에 비분강개하여 암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쳐 감옥살이를 했고, 4.19혁명으로 이승만이 쫓겨난 뒤에야 풀려났다. 정의의 한길을 걷던 그는 '대통령 암살 미수'라는 족쇄를 벗지 못하고, 독립운동과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바친 삶을 보상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조선인 가미카제 이야기도 애잔하다. 일제 말기 강제로 끌려가서 채 피지도 못하고 산산이 부서진 젊은 목숨들, 죽어서도 '친일파'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식민지 조선 청년들의 슬픈 초상을 엿볼 수 있다.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는 꼭지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4대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가운데 3.1절만 숫자로 표시하는 것을 비판하며, 3.1절에 붙곤 하는 ‘운동’이라는 단어 대신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책은 민족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유한양행의 숨은 친일 행적을 밝혀내고, '친일파 1호' 김인승의 감춰져 있던 친일 행적을 폭로한다. 이밖에도 통일조국을 꿈꾼 여운형의 지시로 북한에 올라가 인민군 창설에 이바지한 사람들 이야기,권력자의 심복 노릇을 했으나 그 권력자의 손에 의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김형욱 전직 중앙정보부장을 둘러싼 숱한 의혹도 다룬다.

저자 정운현은 중앙일보와 서울신문 기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정운현 지음/인문서원/ 288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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