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도 반드시 챙겨 본다는 이 드라마에서는 또 한 명의 역대급 마키아벨리스트가 활약중이다.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의 부인 '클레어 언더우드'다. 극중에서 그녀는 '프랭크 언더우드'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만큼 권력욕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이들 두 마키아벨리스트가 상대를 적으로 삼으면 어떻게 될 지 자못 궁금해질 만큼 두 캐릭터의 무게감은 드라마를 지탱하는 요소다.
그래서 '클레어 언더우드'를 연기하는 여배우 로빈 라이트(Robin Wright)가 회당 50만 달러를 받는 케빈 스페이시와 같은 수준의 출연료를 제작사에 요구한 건 당연해 보인다. 로빈 라이트는 18일 뉴욕에서 미국 록펠러 재단의 행사에 참여해 애기를 나누던 중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그녀는 클레어 언더우드라는 인물의 인기가 결코 남자 주인공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렛대 삼아서 제작사측에 출연료 불평등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해 목적을 달성했다. "당신들은 내게 지불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다 까발릴 거요.(You better pay me or I’m going to go public.)"라고 그녀는 말했고 제작사측은 결국 출연료를 인상했다.
그녀가 이렇게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며 쓴 전략은 드라마속 '클레어 언더우드'가 자랑스러워 했을만 한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즈는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열린 2015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여우 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셔 아퀘트가 수상소감을 밝히는 연설에서, 작심하고 나온 듯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이제 평등한 임금을 받기 위해 우리가 나설 때다"라고 소리쳐 수많은 동료 여배우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연설 때문에 배역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로렌스는 '레니(Lenny)'라는 인터넷 매체에 직접 올린 글에서 "제레미 레너, 크리스천 베일, 브래들리 쿠퍼는 모두 싸웠고 협상에 성공했다. 그들은 맹렬하고 전략적이었을텐데 나는 귀찮은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는데 급급해서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다"고 썼다.
뉴욕타임즈는 하지만 모든 유명 여배우들이 헐리웃에서 출연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헐리우드의 출연료 차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불쾌하다(icky)"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