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쇼핑을 마치고 집에 오니 카드값만 400만 원 넘게 긁었더라고요. 집은 그곳에서 산 물건들로 창고가 되어버렸고요"
출산용품·아기용품을 전시·판매하는 베이비페어, 예전에는 계절별로 몇 차례만 열렸지만 요즘은 일 년에 70여 차례가 열리는 대규모 '국민행사'로 발전했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베이비페어에 접근할 기회가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초보 엄마·아빠들은 가서 무엇을 보고 뭘 사야 하는지 엄두도 안 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무계획적으로 갔다가는 주머니가 탈탈 털리기 십상이다.
화곡동에 사는 주부 A 씨(30)는 "지난해 12월, 남편과 베이비페어를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선택의 종류가 많아 혼란스러웠다"며 "미리 인터넷 등을 통해 뭘 사야 하는지 리스트를 적어갔지만 그곳에서 이쁘고 화려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보니 혹할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이혜정 한국베이비플래너 교육위원은 "베이비페어는 한마디로 '정신 안 차리면 코 베어 가는 마케팅의 장'"이라며 "엄마·아빠들의 지갑을 털려고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머리를 짰겠어요. 그런 수백 개 업체들의 마케팅이 한자리에 모였으니…"라고 말했다.
이어 서근실 한국베이비플래너 교육위원은 "일단 베이비페어에 가서 사기 시작하면 '아, 내가 너무 많이 썼나?' 이런 생각이 절대 안 들게 된다"며 "왜냐면 아이를 최고로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사다 보니 아무리 경제적이고 알뜰한 엄마도 그 상술에 못 버텨낸다"고 말했다.
베이비페어의 화려한 마케팅이 무섭다고 가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직접 보지도 않은 아기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기도 여간 찜찜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베이비페어를 가봐서 나쁠 건 없다며 오히려 엄마의 정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서근실 베이비플래너는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온라인 등에 올라온 글은 상업적인 글이 대다수여서 판단하기가 더 어렵다"며 "베이비페어를 가서 내가 직접 물건을 보고 만져보면서 경험해 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 내 여건과 상황에 맞게 아이 물건을 구입 하는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혜정 베이비플래너는 "베이비페어를 다니다 보면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며 "물건을 구입하기위해 가기 보다는 요즘은 어떤 아기용품이 트랜드 인지 파악하기 위해 가봐라. 엄마들도 정보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플래너는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해가며 아기용품을 구입한다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물건을 구입한 후 후회하는 것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초보 엄마·아빠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물건을 구입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주관을 잡지 못하고 남들 말만 따라 샀다간 실패할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전국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 때문에 '베페족'이라는 신종어까지 생겨났다.
'베페족'이란 베이비페어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일컬은 말로 이들은 각종 아기용품 관련 행사를 다니면서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을 최대한 챙겨가거나 가격비교를 통해 질 좋은 아기용품을 최저가로 구입하기도 한다.
베이비페어만 다니는 '베페족'이 생길 만큼 베이비페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실제 지난 3월에 열린 베이비페어(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에는 4만 5천여 명이 지난 4월에 열린 베이비페어(서울국제유아교육전)에는 3만 3천여 명이 관람했다.
이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사고 보기 위해 베이비페어를 찾을까?
주부 B 씨(33.돈암동)는 "가재 수건이나 아기 목욕용품 등 자잘한 유아용품을 하나하나 사려면 귀찮기도 하고 번거로운데 베이비페어에 가면 한 번에 다 살 수 있어 그 점은 편리한 것 같다"며 "유모차나 카시트도 오프라인 상점이 별로 없어서 실물을 보기 어려운데 베이비페어에서는 한자리에서 보고 제품끼리 비교해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서근실 베이비플래너는 "베이비페어만을 위해 기획된 상품들도 있고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홍보가 잘 안된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며 "또한 베이비페어 데스크나 홈페이지에서 배포하는 쿠폰 등을 이용해 내가 필요한 물품을 비용 안들이고 '득템'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1. 베이비페어도 선택해서 가라
주최 측에 따라 베이비페어 질도 천차만별이다. 주최 측이 어떤 업체를 모았냐에 따라 알찬 행사가 될 수도 있고 아기용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업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베이비페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참가 업체 등을 파악해 가야 할 베이비페어와 가지 말아야 할 베이비페어를 판단해서 가야 한다.
2. 구입 목록 작성은 기본, 체크카드나 현금을 가져가라
베이비페어에 가기 전, 내가 구입해야 할 목록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계획적으로 구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베이비페어에서 사재기와 충동구매를 하기 쉬우니 그날 쓸 예산을 짜서 해당 금액을 넣은 체크카드나 현금만 가져가는 게 좋다.
3.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이벤트 확인하기
베이비페어에는 각종 이벤트와 사은품 행사 등이 계획되어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아기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벤트 일정과 쿠폰 등을 체크해 보자.
4. 무조건 싸다고 사지 마라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싸면 쌀수록 더욱 꼼꼼하게 물건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너무 싸게 나온 제품이면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수도 있고 새 상품 출시를 앞둔 '밀어내기 상품'일 수 있다.
5. 당장 필요한 물건만 사라
지금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미리 사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미리 사두면 짐만 된다. 또한 아기용품은 업그레이드가 금방 되기 때문에 막상 필요할 때가 되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
6. 물건 구입은 여유 있고 신중하게
구입목록에 있는 제품이라고 당장 살 게 아니라 여러 업체들의 부스를 다 둘러보고 가격대를 확인한 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한 후에 구입하는게 좋다. 또한 베이비페어에 가기 전에 구입목록의 인터넷 최저가를 파악한 후 가는 것도 좀 더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베이비페어에서 구입한 물건은 환불받을 수 없으므로 더욱 신중하게 구입하는게 좋다.
7.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과 함께 가라
혼자서 가게 되면 아무래도 물건을 구입하는데 있어 절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남편이나 부모님 등 나를 절제시켜줄 사람과 동행하자. 함께 물건을 둘러보고 상의해서 구입하면 구매에 따른 실수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