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과 혁신위 출범을 의결하려 했지만 친박계가 집단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개회 자체가 무산됐다.
상임전국위 구성원인 국회 상임위원장의 경우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했다. 새누리당에서 상임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 의원은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 했고,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한달 지난 지도부 공백 사태 장기화
친박·비박 갈등이 폭발하면서 총선 이후 비상국면을 이끌어갈 당 지도부의 장기 공백 사태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비박계는 전국위 불발의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을 위한 긴급 당선인총회 개최를 요구키로 했다.
이는 전날 친박계 초·재선 20명이 성명 발표를 통해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을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짙다.
비박계는 당선인총회를 통해 전국위 무산의 배경과 책임을 가리자는 주장이지만 실제로 총회가 열릴 경우 친박계와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대표 선출 2주일만에 좌초위기를 맞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국위 무산 이후 사실상 잠적 상태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일격에 비대위를 원점에서 새로 구성하고 혁신위원장도 새로 인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타격을 입은 그가 사태를 수습해 나갈 동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는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반면 비박계 일부에선 '친박계와 같이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도 다소 흥분 상태였긴 하나 “이런 패거리 집단에 내가 있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야겠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며 결기를 보였다.
친박 비박계간 갈등은 4.13 총선 직전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친박 비박간 공천갈등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냉각기 후 물밑 접촉 가능성도
임시 지도부 출범 무산으로 계파갈등이 전면 수면위로 불거졌지만 파국으로까지 번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의 목표가 비대위 체제 무산이라기보다는 비대위의 재구성과 혁신위원장의 외부영입인 만큼 당분간 냉각기를 가진 뒤 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진석 비대위, 김용태 혁신위 체제가 들어설 경우 청와대와 친박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면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더욱이 이르면 7월 개최가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당권도전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친박계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조직적 반발로 지도부 공백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역풍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접점 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하루 이틀 수습책을 구상한뒤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