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18을 앞두고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들은 5.18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인터뷰를 검증 없이 방송한 게 결정적이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낸 이들 방송들에 대해 방송통심심위위원회는 "법적·사회적으로 공고화된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며 중징계를 내리고 해당 종편은 사과방송까지 했지만 한번 왜곡된 발언은 완전히 바로 잡히지 않고 있다.
5.18에 대한 북한과의 연관성을 처음 언급한 것은 신군부였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은 담화문에서 "5·18은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거나 "타 지역 불순인물 및 고첩(고정간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 유도"하고 있다며 사실을 호도했다.
◇ 北 개입설, 신군부 선동이 뿌리…종편 방송으로 재생산
이런 내용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점은 5.18항쟁을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독일 출신 언론인인 고(故) 한츠 페터의 영상과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1980년 5월 22일 독일 제1공영방송은 저녁 뉴스를 통해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뉴스는 "한국의 광주와 그 주변지역까지 확대된 민중봉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군대는 도시를 점령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있다. 나흘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 광주는 시위대가 차지했다. 군대가 도시를 포위하고 있고 그곳으로의 모든 텔렉스와 전화 연락은 두절된 상태다. 우리 취재진은 샛길을 통해서 광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군대가 이틀동안 이곳에서 시위대에 행한 잔인함은 우리가 직접 목격한 중상자들을 보면 짐작할수 있다. 오랜 군사기간 동안 쌓인 국민들의 증오가 폭발하면서 2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약 3만명이 거리전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군인의 잔인한 폭력과 발포로 숨진 시신과 시민군의 저항 장면은 다음날 미국 등 다른 나라로 그대로 전파됐다. 이때부터 세계의 이목이 광주에 집중됐다.
한츠페터가 목숨을 걸고 촬영한 영상을 모아 광주 항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사태의 본질을 좀더 세세하게 다뤘다.
같은 해 9월 방송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프로그램은 당시 한국의 심각한 정세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군사 독재에 대한 부당성과 전두환 등 신군부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핵심이다.
프로그램은 "오늘 오전 유명한 한국의 야당지도자이며 군부독재 항거의 상징인 김대중씨가 군사재판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인해 전 세계에 대분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 정세의 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여러분 지금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을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또 5.18항쟁에 대해선 "누구든지 군인들의 앞에 나온 사람은 무자비하게 두드려 맞았다. 부상당한 사람들이 길에 누워있는 것을 보면 군인들은 다시한번 두드려 때렸다. 이제야 군대가 시위 첫날부터 시민들을 대학살한 규모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광주는 시민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며 당시 참상을 알렸다.
한츠 페터의 자료들을 5.18 기록관에 넘겨져 5.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18에 대한 전세계적인 역사적 평가가 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들이 국내에서는 아직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는 점에서 5.18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