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차관급인 검사장·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등 일정한 직급 이상의 경력을 지닌 변호사들이 업계에서 전관으로 통칭된다. 이들의 사건 수임료는 조금 과장을 더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검찰 수사로 구속된 최유정 변호사는 영향력 있는 '전관'으로 보기 어려운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갓 마치고 나갔는데도 2건에 1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경우 2013년 한해 소득이 9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의 수임료는 '전관 로비'나 브로커의 개입 등 위법 요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무 표준화 및 유형화를 토대로 수임료 상한액 설정, '보수표' 산정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장급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형사사건 건당 착수금은 5천만∼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뢰인이 원하는 재판 결과를 이끌어 냈을 때 받는 성공보수금은 2억∼3억원에달한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성공보수금 약정은 무효다. 이를 고려해 변호사들은 착수금 계약 때 별도의 조건을 붙여 사실상 성공보수금에 갈음하는 편법을 쓴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법관과 검사장 출신은 착수금과 성공보수금 규모가 몇 배 더 뛰어 오른다. 이들은 착수금 5천만∼2억원 정도를 받고, 성공보수 형태의 추가 비용을 4억∼5억원까지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임료가 워낙 고액이다 보니 사건이 끝난 후에는 이미 지급한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분쟁이 일어나고,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아직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법원의 하급심 판결에선 부당하게 과다한 수임료는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서 과도한 수임료를 받았다면 의뢰인이 아닌 의뢰인의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해도 수임료를 되돌려주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전관 변호사들이 일반인의 수년치 연봉에 달하는 수임료를 한번에 받는 현상에는 '전관예우' 효과를 기대하는 피의자·피고인의 절박한 심리가 반영된 부분이 크지만, 수임료에 대한 별다른 제재 장치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된다.
특히 수임료 상한이 정해지지 않아 얼마든지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낼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변호사 수임료의 상한을 정한 이른바 '변호사 보수표'를 마련해 표준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구체적인 사건 유형에 따라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의 상한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받는 경우에는 변호사단체에 신고해 적정한 수임료인지를 심사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와 유사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사의 경우 '법무사 보수표'를 마련해 부동산등기나 법인등기 업무 등 세세한 업무 유형별로 법무사가 받는 수임료의 상한을 정해놓았다.
법무사 보수표가 실력에 따른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법무사 서비스의 획일화를 낳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선 자신이 의뢰한 사건의 대략적인 수임료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변호사업계는 변호사와 법무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차이가 크다면서 보수표 마련에 부정적이다.
전관들의 고액 수임료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인해 변호사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시장에 투입되는 수임료의 전체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전관들의 '싹쓸이'로 사법연수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바로 개업한 일반 변호사의 수임 실적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변호사회가 회원 2천56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호사의 61%가 사무실 운영비 등을 뺀 월평균 순소득이 6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9%는 월소득 300만원도 넘지 못했다.
반면 11.7%의 변호사는 월평균 1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렸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실증된 셈이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관 변호사의 연평균 수입은 1억4천만원으로 추산됐다. 법원·검찰 경력이 없는 일반 변호사의 수임료는 착수금 500만∼2천만원, 성공보수 2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공보수금은 전관로비 효과에 따르는 보수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일반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주기로 약속한 수임료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