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진석 비대위'…친박·비박 모두 '불신'

親朴 "비박에 치우쳐" VS 非朴 "혁신, 진정성 의심"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좌측)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상견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계파를 막론한 불신에 직면하면서 초반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15일 발표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人選)이다. 친박계는 비대위의 인적 구성이 특정 계파에 치우쳤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비박계는 김용태 의원의 혁신위원장 내정 등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사전 안배'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 비대위 인선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이장우 의원, 김선동 당선인, 이우현, 박대출, 박덕흠, 김태흠, 함진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 親朴 집단 반발…"혁신위, 비대위 외부 인사에 맡겨라"


정 원내대표가 나름대로 탕평책을 발휘한다는 게 오히려 불씨가 됐다는 평가가 있다. 원내지도부를 꾸리면서 수석부대표에 김도읍, 원내대변인에 민경욱 의원 등 친박계를 주축으로 삼았다.

그런데 비대위는 구성에서는 김세연, 김영우, 이혜훈, 홍일표 의원 등 비박계를 대거 포함시키더니 혁신위원장에는 역시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을 앉혔다.

그러자 김선동, 이장우, 김태흠 등 친박계 강경파 초재선 의원 20명은 16일 집단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편향된 주장을 폈던 인물들이 다수 포진했다"고 비판했다.

'상향식 공천'을 앞세웠던 김무성 대표의 측근들이 다수라는 불만이 담겨 있다. 친박계의 반발은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추대로 임명됐음에도 독단적으로 인사를 진행했다는 데 있다.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정 원내대표 혼자 고독한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고, 김도읍 의원의 경우 "김용태 혁신위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포함돼 있다. 당초 친박계가 기대한 것은 전당대회 실시까지 한시적인 '관리형 비대위'였는데, 별도로 혁신위를 꾸리는 등 너무 나갔다는 불만이다.

◇ 非朴 '이한구 트라우마'…"혁신안 나와도 실천 힘들 것"

비박계조차 정 원내대표의 방향성에 의심을 제기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불신과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비박계의 초점은 혁신안의 실천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친박계가 원내 122개 의석 중 70석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그들이 반대하는 혁신안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다.

정 원내대표도 이런 점을 의식해 17일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혁신위가 비대위 추인을 거치지 않게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도 “혁신안은 이미 나와 있다. 실천이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전대에서 지도부가 친박계로 구성될 경우 혁신안이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한 비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김문수 혁신위'의 '상향식 공천' 당론 채택이 실제 공천 과정에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전횡으로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느냐"며 "일부 인선이 비박계로 구성됐다고 혁신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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