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合唱)과 제창(齊唱)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음악적으로뿐 아니라 정치 성격을 띤 행사장에서는 '유의미하고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사전적 의미의 합창은 여러 사람이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하는 것이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불러도 무방하지만 부르지 않는다 해도 어색할 것은 없다.
그러나 제창을 하게되면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불러야 의미가 더해진다.
특히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 입장에선 합창과 제창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합창을 할 땐 영상 카메라가 합창단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제창을 하면 주요 인사를 포함한 참석자들을 비추게 된다.
따라서 5·18 민주화운동이 전국에 TV를 통해 생중계되는데 제창하게 되면 주요 인사 모습이 전파를 타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5·18 기념식 때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제창한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18 기념식 때 자리에서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박승춘 보훈처장도 당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와 관련, 보훈처는 16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이어 "정부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 행사인 기념공연에서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을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명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애국가나 교가를 공연으로 감상하지 않고 제창하듯이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5·18 정신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에 제창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가보훈처는 선동적, 북한 찬양 노래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여론'이라 포장하고 못 부르게 할 것이 아니라 왜곡을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보훈처가 '제창을 하면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하는데 국론분열은 서로가 아닌 것을 주장할 때 대립하는 것"이라며 "이 노래는 사실이고 진실인데, 작은 부스럼을 갖고 국론분열이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